[횡설수설/정성희]유사 실업자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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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5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을 실업자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률은 3.2%로 실업자는 78만 명이었다. 실업률이 10%에 이르는 유럽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그런데 믿을 수가 없다. 주변에 놀고먹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비밀이 풀렸다.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 비경제활동인구 1495만4000명 가운데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직활동을 안 하는 실업자가 207만7000명이라고 밝혔다. 공식 실업자의 3배나 된다.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고, 집안일도 돕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일반 실업자나 가정주부와 다르다. 임시직인 아르바이트도 꺼린다. 하지만 입맛에 맞는 일자리가 나타나면 언제든 달려들 능력과 의지가 있다. 한마디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그냥 놀고 지내는 것이다. 경제력 있는 가족, 친지의 도움을 받거나 예전에 자신이 벌어놓았던 돈을 까먹으며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에서는 비슷한 부류로 ‘단카이(團塊) 주니어세대’가 있다. 1971∼1974년 출생한 이들을 지칭하는 단카이 주니어세대는 충분한 학력과 능력이 있지만 일할 의욕,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박약한 세대로 종종 묘사된다. 우리와 일본이 다른 점은 우리는 노동시장의 수급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실업 형태인 반면 일본은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세대가 만들어 내는 사회현상이란 점이다.

▷이런 실업자는 실업자 대접도 못 받는다. 오히려 “아직도 배가 부른가 보다”는 눈총만 받기 십상이다. 이런 실업자가 많은 이유는 고학력층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가 적은 것이 근본 요인이다. 유사 실업자는 이중의 낭비를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능력과 자질, 경험을 사장시키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인력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한다. 그러니 해법도 양측에서 모두 나와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유사 실업자들도 눈높이를 낮춰 변화하는 사회와 직장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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