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에너지 97% 수입국의 한겨울 반바지 생활

  • 입력 2008년 1월 21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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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겨울은 여전히 ‘에너지 과소비형’이다. 따뜻하다 못해 열기마저 느껴지는 거실에서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에너지 소비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를 흥청망청 낭비한다.

겨울철 실내온도를 1도 낮추면 석유 63만1000t을 아끼고 이산화탄소 200만 t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천 방법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첫 봉급을 받으면 부모나 은사에게 선물했던 내복을 사 입거나 나눠 입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한국 가정의 겨울철 평균 난방온도는 23∼24도로 정부가 권장하는 실내 적정온도(18∼20도)보다 높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가 3도가량 올라가 그만큼 실내온도를 낮춰도 된다. 모든 가정에서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3도 낮추면 1조30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나친 난방은 신체의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일본은 에너지 효율이 한국보다 3배나 높지만 2005년부터 환경성 주도로 겨울철에 옷을 두껍게 껴입는 이른바 ‘웜비즈(Warm Biz)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新再生)에너지 개발과 해외자원 탐사에 적극 나서고 기업들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 개발에 노력한 데 힘입어 일본의 하루 평균 원유수입량은 1973년 1차 오일쇼크때보다 오히려 15% 줄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에너지 소비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석유 관련 세금을 높게 매기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약에는 소홀하다. 한 시민단체가 관공서의 실내온도를 조사한 결과 99곳 중 29곳만 적정온도를 유지해 준수율이 22.4%에 불과했다.

한국의 작년 에너지 수입액은 907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5%를 차지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로, 전체 온실가스의 83%가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한다. 에너지 절약은 나라 살림과 미래의 생존을 위해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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