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감세정책, 정교해야 할 이유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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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 중인 양도소득세 장기 보유 특별공제율 상향 조정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여 매물이 많이 나오도록 하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예고만 되고 빨리 시행되지 않으면 세율이 떨어진 뒤 팔기 위해 오히려 매물이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 공제를 더 받기 위해 보유 기간을 늘리려 하는 사람이 생겨 매물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세제는 당국이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크게 바뀔 수 있습니다. 법인세 인하나 유류세 인하 논의도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법인세만 우선적으로 내리려는 인수위의 방안에 대해 조세 및 재정학 전문가인 A 박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대기업 법인세를 내려줘야 일자리가 늘고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도 산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적용하는 세율 격차를 벌리는 것은 법인세를 단일 세율로 만드는 세계적 추세와도 잘 맞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에 대해 최근 이 당선인이 “큰 차 타는 사람만 혜택 보도록 하지 말고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방법을 연구하라”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간부나 전문직 종사자 등 ‘큰 차’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대개 기름값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실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명확히 나눌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도 않지요.

세금은 사람의 경제 행동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동인(動因) 중 하나입니다.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세제 개혁이 왜곡되면 국민의 행동이 정책 당국의 예상과 달리 나타납니다. 이 경우 경제는 처음보다 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감세라는 방향은 좋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정교해야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슈를 선점하거나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인수위에 참여한 전문 관료들도 이런 점에 대해 ‘직언’해야 할 시점이지요.

홍수용 기자 경제부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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