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철호]식품관리일원화 조직개편 때 반영을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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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12월 26일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 업무를 통합 관장하는 식품안전과를 신설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 과는 2일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중앙정부의 식품안전관리 일원화가 지지부진한데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경북도에서도 조만간 서울시처럼 식품안전 전담 부서를 설치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를 되돌아보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식품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임기가 시작된 2003년부터 학교 급식 사고가 터지더니 2004년 불량 만두소 사건, 2005년 말라카이트그린, 김치 기생충알 사건, 2006년 학교 급식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사건까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해한 것은 물론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아마도 수천억 원은 족히 된 듯싶다.

이런 혼란 속에서 식품안전관리 일원화에 대해서도 참 많은 논의가 있었다. 국회에는 7개의 식품안전기본법안이 제출됐으며, 식품안전처를 설치한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여전히 논의만 무성할 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니 이를 보다 못한 지방정부가 나서서 먼저 통합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식품안전은 중국과 미국, 중국과 유럽연합(EU) 전략회의의 최우선 어젠다일 정도로 최근 국제적으로 뜨거운 이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년 3월 확정되는 정부조직 개편에서 다원화된 식품안전관리의 일원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뉴욕 주 상원의원도 환경부와 같은 통합기관을 신설해 식품안전관리를 일원화하는 공약을 제시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의 공약에도 식품안전관리 일원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작 정부조직 개편을 확정한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식품안전 일원화를 논의한다는 보도는 전혀 없다. 5년 동안 논의된 7개의 식품안전기본법과 통합기관인 식품안전처 설치법이 몇 개월 후면 국회 해산과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말이다. 그대로 폐기되면 지난 5년간 수많은 식품사고를 통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정부 내에서 겨우 합의된 일원화 방안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시나 경북도의 경우 식품안전 통합부서를 다시 해체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처럼 중앙정부의 권한이 강한 나라에서 부처 간 충돌이 극심한 업무를 지자체의 한 부서에서 통합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정부조직 개편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부 기능이 줄어든 부처는 축소하고 새로 수요가 늘어나는 부처는 늘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 논의에서 식품안전관리 일원화도 꼭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그래서 식품안전처로 식품안전업무를 일원화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선택할 것인지 이제는 대통령직인수위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논의는 지난 5년간으로 충분하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처럼 식품사고가 터지고 나면 여론에 밀려 논란만을 거듭하다 마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철호 고려대 생명공학원교수·한국식품관련 학회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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