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운하, 국민 설득과 大합의 과정 없었다

  • 입력 2007년 12월 23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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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반도대운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승환 의원은 지난 주말 “경부대운하는 1년 준비기간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1주년인 2009년 2월 착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는 영산강 및 금강운하도 임기 안에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많았던 대형 국책사업을 국민 설득이나 합의 과정 없이 강행하려 든다면 값비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핵심 문제는 사업 타당성이다. 운하가 발달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계절별 강수량 차가 커 갈수기(渴水期)에는 배를 띄우기 힘들다. 자연히 물을 저장하는 많은 댐과 보가 필요하다.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상하류 표고차(標高差)가 100m나 돼 서울∼부산에 19개 갑문을 만들어야 한다. 교량 개축도 필수적이다. 이런 물길에 축구장 길이의 배를 띄우려면 천문학적인 건설비가 소요된다. 건설비 16조 원(이 당선자 측 주장)을 모두 민자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운영 손실 발생 시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조건을 달아야만 민자 유치가 가능하다.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했으니 국민 합의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이전 대선 공약도 유권자들이 그 공약에 동의해 투표한 것은 아니었다. 이 당선자도 서울시장 때 수도 이전 반대운동에 시 예산을 지원하며 동참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고속도로 철도 연안해운 등 대체운송 수단이 다양해 대운하가 관광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진국이 되려면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성장동력이 되는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 성공신화에 사로잡히면 실패할 수 있다. 도시의 하천 복원과 국토를 종단하는 대역사는 다르다.

2012년까지 경부운하 건설 과정에서만 4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자칫 건설경기는 이명박 정부 때 즐기고 비용은 다음 정부가 치르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다.

이 당선자는 대선 전 “집권하면 세계적인 기술로 검증하고 국내외 환경전문가들로 하여금 재검토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 선입견을 버리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당선자의 실용주의 국가경영 철학과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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