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위원장 ‘DJ-盧 대하던 체질’ 바꿔야

  • 입력 2007년 12월 21일 23시 17분


코멘트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겠다고 약속한 시한이 이달 31일로 다가왔다. 북은 10월 3일 제6차 2단계 6자회담에서 올해 안에 핵 시설을 불능화(不能化)하고, 고농축우라늄(HEU)을 포함해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마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지금 북에서는 미국 기술진이 불능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은 여태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핵 프로그램 신고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김정일 정권의 핵 포기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간주하는 절차다. 불능화와 그 다음 단계인 핵 폐기는 정확하고 성실한 신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성실한 신고를 강조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0일 “매우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이 정확한 신고를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그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이 핵을 포기해야 진정한 남북 경제교류가 본격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북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면서 ‘실용적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북 지원이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정일 정권은 상황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핵 문제를 적당히 끌면서 ‘우리 민족끼리’라는 감상적 구호로 남쪽의 지원이나 챙기는 전술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 당선자는 남북관계의 급격한 개선을 추진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대북 강경론자도 아니다. 북이 핵 포기 약속만 완벽하게 지키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 이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자고리아 전 미국외교정책협의회 회장도 어제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토론회에서 “부시 대통령 임기가 1년여 남아 있는 시점에 이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북으로선 앞으로 1년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 탄생이 김 위원장에게 기회가 되려면 북이 먼저 연내 핵 프로그램 신고 약속을 지키고, 남북 협상에 임하는 자세도 남쪽의 실용주의에 맞춰 변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은 경제 난국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