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태원]시한 보름 남긴 ‘북핵 진실고백’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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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5년 넘게 벌여 온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관련 ‘진실게임’이 최종 단계로 치닫고 있다.

이 진실게임은 2002년 10월 방북했던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게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켈리 차관보가 이를 공개한 뒤 북한은 부인했다.

지금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시한을 2주 앞둔 시점에서 UEP 포함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다.

미국은 UEP 추진 사실을 ‘고백’하는 한편 UEP를 위해 도입한 알루미늄관 원심분리기 등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북한이 곧 제출할 신고서에 담아야 한다는 태도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UEP는 추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신고서에 UEP를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쪽이다. 다만 필요할 경우 미국과의 양자 대화든 6자회담에서든 UEP 의혹에 대해 해명(clarify)할 수는 있다는 것.

12월 들어서도 북한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일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 이 친서는 ‘UEP 성실 신고 여부는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이자 근본문제’라는 내용과 함께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UEP를 즉각적인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북한이 한 차례 미국을 기만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믿고 거래할 수 있느냐를 테스트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직접적인 원인인 동시에 이른바 제2차 북핵 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UEP 문제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business as usual) 넘어갈 수 없다는 미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제 공은 김 위원장에게로 다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약속한 북-미 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는 ‘로드맵’은 성실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태원 정치부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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