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원봉사 100% 활용할 체계 아쉽다

  • 입력 2007년 12월 14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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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충남 태안지역에 전국에서 10만여 자원봉사자가 모여들었다. 불행 중에 든든한 위안이 되는 소식이다. 혼란스러운 정국(政局), 정치권이 부추기는 갈등, 그리고 민생고 속에서도 우리 사회는 건강하고 따뜻하며 언제라도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증거다.

이번 사고는 기름띠를 걷어 내고 해안의 바위와 자갈에 달라붙은 기름을 일일이 닦아 낼 사람들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태안 주민만으로는 힘에 부쳤던 기름 제거작업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탄력을 얻고 있다. 1997년 기름오염 사고를 겪은 일본 미쿠니 마을에서 벌어졌던 ‘30만 자원봉사자의 기적’을 우리라고 못 이룰 까닭이 없다.

자원봉사는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서 남과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자원을 대가 없이 제공하는 행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활동이다. 자원봉사는 또한 사회공동체를 결속하고 문제를 해소하며 발전시키는 값진 동인(動因)이 된다. 유럽보다 사회보장체계가 취약한 미국이 건강한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것도 풀뿌리 자원봉사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잠재적 자원봉사자가 많은 데 비해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미흡하다. 이번 태안에서도 준비 없이 찾아간 자원봉사자들을 나름대로 적절히 활용하는 운용체제는 없다시피 했다. 현장 공무원이 ‘소관사항이 아니다’며 나 몰라라 하는 경우까지 있다. 주말엔 몰리니 나중에 오라는, 사실상의 ‘자원봉사 사절’ 사례까지 있다. 오염 제거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미국에선 지역우편번호만 누르면 ‘볼런티어매치(volunteermatch.org)’란 단체가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기관을 연결해 준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시스템을 우리도 서둘러 갖춰야 한다. 이런 체계의 개선은 삶의 질을 높이고 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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