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원목]로스쿨은 사법개혁의 출발점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코멘트
우리가 이루려는 로스쿨과 사법제도 개혁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재가 평균 4, 5년을 꼬박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고도 법조인이 되기는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사법시험. 그렇기 때문에 더 문제의식이 많을 대학 시절에 형식적 시험공부에 매일 수밖에 없는 현실. 암기 위주의 시험공부에 맞춘 법과대학 교과 과정표와 대학가 고시학원 과목.

이런 환경에서 사법시험 합격의 영광을 누리는 소수라 할지라도 그들에게 닥칠 현실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뛰어나게 잘하던 과목인 영어를 가장 못하는 사법연수원생이 되어 또다시 기계적인 직업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인 법관으로 임관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들 중 소수는 바로 법원이나 검찰로 진출해 눈과 귀로만 익힌 법률 지식과 판결문 작성법을 사건에 적용한다. 나머지 수료생은 급속히 국제화되는 법률 시장에 별다른 전문 분야나 문제의식 없이 내보내진다. 물론 이들보다 수십 배 많은 인재는 고시 낭인으로 남게 된다.

인가 과정을 남겨 놓은 로스쿨 도입 프로그램에서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70∼80%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보장해 로스쿨 학업 기간에는 시험공부가 아니라 마음껏 원하는 전문 분야를 개척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법조인이 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법조인이 되느냐가 관심사가 돼야 한다.

물론 영어로 법률 지식을 쌓거나 표현하는 것은 상식이 돼야 하며 국제화된 전문 실무과목으로 교과목을 짜야 한다. 로스쿨 입학시험이 치열하겠지만 법률 지식이 아니고 기본적인 법적 논리성(legal mind)과 적성을 시험 봐서, 사법시험 제도처럼 법조인이 되지도 못하는데 무수한 법서를 수년씩 공부하는 폐해를 발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결국 로스쿨 3년 후에는 대부분의 졸업생이 법조인이 된다는 예측 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하도록 도와야 한다.

영국에는 두 종류의 변호사가 있다. 고객을 상대로 사건을 수임하는 솔리시터(solicitor)와 이들이 수임한 사건에 대해 전문적인 변론을 작성해 법정에 서는 배리스터(barrister). 후자는 직접 고객과 접촉하지 않고 전자와의 위임계약을 통해 변론 업무를 수행할 뿐이다. 영국 사람에게 누가 판사가 될 자격이 있는가를 물으면 모두 배리스터라고 답한다. 그만큼 법관의 지위는 고객과의 이해관계를 떠나 중립적이어야 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시험 성적 하나로 법관의 지위에 오르는가 하면, 대법원 판사도 6년 임기를 채운 후 퇴임해 버젓이 변호사가 된다. 로펌은 이들을 스카우트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이처럼 고객과 변호사와 법관이 이해관계에 따라 엉켜 있는 법조계를 개혁하기 위한 작업을 로스쿨에서 시작해야 한다.

로스쿨을 통해 젊고 문제의식 있는 변호사가 실무지식으로 무장해 시장에 나가야 한다. 국제화된 법률 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 변호사 간의 오랜 실무적 경쟁을 통해 경험 있고 명망 있는 법관을 선발해야 한다. 최고위직 법관은 종신직으로 만들어 이해관계의 사슬에서 벗어나게 해야 마땅하다. 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모였으면서도 가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법조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도록 로스쿨 제도를 확정하고 운영하기를 바란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