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동원]국방대 논산 이전하면 안 되는 이유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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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의 오른편에는 국무부가, 왼편에는 국회의사당이 있다. 한국전 참전비가 있는 메모리얼 광장 너머에 국방대(National War College)가 보인다. 미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관한 주요 사안이 발생하면 국방대를 찾아 국민을 상대로 성명을 발표하거나 안보정책을 설명한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정치인과 행정 관료가 군사와 전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군인이 국가의 총체적 역량과 정치를 잘 알지 못해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웠음을 깨닫고, 세계에서 최초로 국방대를 설립했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국방대를 수도에 두는 이유는 교육의 대상이 민군(民軍)의 지도자이고 국무총리와 장관, 각국의 대사 등 최고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6·25전쟁을 치른 직후인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국방대를 창설했다. 국방대는 그동안 3명의 국무총리와 299명의 장차관, 12명의 국방장관을 배출했다. 또 졸업생 중에서 현직 장군이 237명에 이르는 등 최고의 안보교육기관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국방대는 2005년 충남으로 이전할 기관으로 고시됐다. 정치권과 충남도는 논산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국방대는 학교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인근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만약 국방대를 논산으로 이전한다면 여러 측면에서 학교가 제 기능을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 접근성의 악화에 따른 교육 기능의 차질이다. 현재 1100여 명의 국방대 교수진 중 절반이 넘는 외부 강사와 학생 상당수가 고위 공무원과 대령급 장교로 수도권에 직장과 생활 기반을 갖고 있다. 외부 강사는 어렵게 초빙한 민간 전문가인데 수도권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강의를 하러 오기가 힘들 것이다.

또 접근성이 떨어진 국방대를 지원하는 사람이 줄면서 강사진과 학생 수가 크게 줄고 이는 교육과정의 대폭적인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민군의 안보 교육과 교류 협력을 위한다는 학교의 설립 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외 군사외교의 일환으로 방한하는 외국의 국방대 관계자와 학생의 방문에도 많은 불편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국방대 관계자는 논산으로의 이전이 학교 기능을 마비시킬 개교 이래 최대 위기라고 생각하며 우려하고 있다. 이달 초로 예정된 국가 균형발전위원회 심의에서 국방대의 설립 목적과 발전을 최대한 고려한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유동원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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