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종부세 誤判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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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못 이긴 다주택 소유자들이 매물(賣物)을 쏟아 내 연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던 정부의 예측이 빗나갔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매물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뜸했다”고 전한다.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은 작년 초에 비하면 일단 잡힌 것 같지만 매물이 많아서라기보다 거래 실종 탓이다.

▷집 한 채에 무거운 종부세를 때려 놓고 양도소득세까지 높인 것은 집을 팔 엄두를 못 내게 한 조치다. 그러니 매물이 쏟아질 턱이 없다. 양도소득세가 무서워 집 팔기를 포기한 사람이 많으니 집값이 쉽게 떨어질 리도 없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1가구 1주택에 대한 무리한 종부세가 완화되거나 양도소득세라도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매매를 미루고 있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당 세액이 평균 40%가량 올랐으니 세금 폭탄이 따로 없다. 종부세 폭탄의 최대 피해자는 투기와 거리가 먼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와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다. 종부세 폭격을 맞은 다주택 소유자들은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긴다. 세금은 종종 정책 의도나 입법 취지와 달리 이렇게 엉뚱한 피해자를 낳는다. 1990년 미국 의회는 납세 여력이 많은 부자들한테서 세금을 더 거두겠다며 요트에 대해 사치세를 부과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자 백만장자들이 요트를 사지 않고 다른 곳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요트 제작 기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동기(動機)가 좋은 정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원리와 돈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理解)하고 정책에 대한 저항요인까지 감안해 정책을 설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정책 수요자들의 이기심을 무시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더구나 종부세는 동기부터 불순했다. 국민을 편 갈라 ‘배 아픈 심리’를 악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얼치기 좌파 정부의 무모한 아마추어리즘이 1가구 1주택 중산층과 세입자들의 고통을 키웠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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