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미국은 부자들 지갑 열게 만드는데…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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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2시 미국 뉴욕 시에서 북쪽으로 70km 정도 떨어진 ‘우드버리 아웃렛’. 명품 브랜드 220개가 입점한 미국 최대의 프리미엄아웃렛이다. 찾는 관광객이 많아 뉴욕 버스터미널에서 별도 노선이 운행되고 있을 정도다.

주차장은 차 세울 곳이 없었고, 쇼핑객들은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 주를 관통하는 87번 도로도 우드버리 근처에서 15km 넘게 정체 현상을 보여 도로 전체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유는? 이날이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였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의 유통업체들은 추수감사절 다음 날 금요일에 일제히 파격적인 할인 폭을 제시하며 쇼핑객들을 유혹한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날을 기점으로 유통업체 실적이 흑자(블랙)로 돌아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 미국은 ‘모든 국민이 쇼핑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쇼핑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로 올해 매출은 예년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했다. 그러나 미 전역의 아웃렛 매출 실적을 집계하는 쇼퍼트랙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8.3% 증가했다.

미국에서 소비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여유가 있는 계층의 소비를 통해 전체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돈을 가지고 있으면 쓰지 않고 버티기가 어렵다. 유통업체들이 눈길을 끄는 제품과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쇼핑 외에도 부자들을 유혹하는 것들은 도처에 많다. 경관이 좋은 호숫가나 바닷가에는 어김없이 부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그림 같은 주말 별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뉴욕 시에는 1인당 500달러를 내야 식사를 할 수 있지만 예약이 몇 달째 밀려 있는 레스토랑도 부지기수다.

한국에서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산을 축적한 계층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돈을 쓰려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의 효과가 한국 경제 전체에 파급되지 못한다.

이제는 한국의 부자들이 국내에서 주머니를 여는 데 눈치를 보지 않도록 소비에 대해 성숙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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