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美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3선 문일룡 변호사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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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3선에 성공한 문일룡 교육위원. 그는 “미국을 배우러 온 한국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미국 사회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이기홍  기자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3선에 성공한 문일룡 교육위원. 그는 “미국을 배우러 온 한국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미국 사회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이기홍 기자
"좋은 교육여건은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데서 나옵니다."

이달초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3선에 성공한 문일룡(50·변호사) 교육위원은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페어팩스 카운티를 미국 최고 학군으로 만들어준 받침돌"이라고 말했다.

그가 교육위원으로 활동해온 10여 년은 한국사회에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페어팩스가 한국의 학부모들에게도 귀에 익은 이름으로 다가온 시기였다. 워싱턴 근교에 있는 페어팩스는 25세 이상 주민 중 60%가 대졸 이상, 25%가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학력 중산층 거주지역으로 SAT(대학 수학 능력 시험) 평균 점수, 대학진학률, 교육투자액, 가구당 소득 등 여러 지표에서 미국 내 최고의 학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교육위원회는 지역 9명과 광역 3명으로 구성된다. 문 위원은 이달 6일 선거에서 8명이 출마한 광역위원에 도전해 8만8929표를 얻어 2위로 당선됐다. 교육위원이 선출직으로 바뀐 1995년 선거에서 첫 당선된 이래 1999년 낙선했으나 2003년 재선에 이어 세 번째 선출된 것.

19일 워싱턴 근교 문 위원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페어팩스 카운티가 우수한 교육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보수와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과 더불어 교사들의 자기계발을 계속 독려하는 것이 페어팩스 교육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주(州) 학력평가시험(SOL) 점수에 따른 학교별 차등 지원, 열심히 하는 교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교사가 동료를 도와주는 '지도 코치(Instructional Coach)' 제도…. 엄격한 평가와 지원을 강조하는 다양한 방안을 시행해 왔다고 한다. 현재 전체 교사 1만3000명 중 절반이 석사학위를, 교장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교사의 신분 안정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처음 3년의 수습기간이 끝나면 공무원으로 신분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교육에 열의가 없는 모습을 보이면 원하는 학교에 계속 다니는 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받아주려는 학교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난처한 처지가 되지요. 불이익 보다 더 중요한건 다양한 인센티브들입니다. 교사의 커리어 관리에 신경을 써서 교감, 교장 등 행정쪽에 관심을 보이면 교육행정 대학원 진학 등을 적극 지원해줍니다. 본인만 열심히 하면 30대 초반에도 교장이 될 수 있습니다."

문 위원은 마침 인근 레이크 브래덕 중·고교에서 교장 취임식이 열린다며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 강당에 들어서니 젊은 새 교장 데이비드 토머스 씨가 취임 연설 중이었다.

"교사로 처음 출근한날, 긴장한 나머지 신발을 짝이 안 맞게 신고 갔죠. 아내가 40분 거리를 달려 신발을 들고 왔습니다. 여보, 정말 고마웠어. 여러분 제 아내입니다."

그가 아내와 4~10살인 세 아들을 불러내 소개하자 박수와 웃음이 넘친다. 파티 같은 분위기다. 올해 겨우 38세라는 토머스 씨가 어떤 절차를 거쳐 학생수 3800명 규모인 큰 학교의 교장이 됐을까.

"어느 학교에 교장 결원이 생기면 공개 모집 공고를 내고 학부모 3명, 교사 3명, 교육청 감독관 등 9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합니다. 전국에서 지원서가 오지요.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사위원회가 심층 면접을 합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지역 교육감독관이 복수 후보를 추천합니다. 그러면 교육감이 다시 면접을 해서 한명을 내정한뒤 교육위원회에 보고합니다. 교육위원회에서 다시 심사를 하는데 12명의 교육위원 중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안됩니다. 교장 한명 뽑는데 보통 두 달은 걸리지요."

문 위원은 "교육 경쟁력의 핵심은 교원인데 교장을 대충 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교육자치가 철저하다.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교육위원회는 인사, 예산, 커리큘럼 편성, 교육 시설 유지 등 교육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교육감도 위원회가 임명한다. 교육위원에게는 연 1만2000달러의 활동비가 나오지만, 주당 30시간 정도는 쏟아 부어야 하는 자리다.

―교육위원회에서 지향하는 교육 방향은 무엇인가요.

"창의성을 키워주는 걸 중시합니다. 일률적인 답을 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하고 분석하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여건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한국인 이민자와 조기유학생이 몰려오고 있는데요.

"출신 국가별 통계는 내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16만5000명의 공립학교 재학생중 동양계가 17.4%인데 그중 4분의 1가량(7000여 명)이 교포 자녀를 포함한 한국계 학생들로 추정됩니다."

물론 이는 사립학교 재학생은 제외한 숫자다. 규정상 유학생 비자(F)로 온 조기유학생은 공립학교 입학자격이 없다. 때문에 기러기 가족으로 온 엄마가 현지 대학에 등록, 유학생 비자를 얻은 뒤 자녀를 공립학교에 넣는 방법 등을 동원하기도 한다.

카운티내 센터빌 지역에는 한인학생 비율이 전체의 40%에 육박해 백인 학생 비율(30%)을 넘는 초등학교가 생기는 등 한국인 유학생의 급증은 현장에서 실감난다.

"워낙 한국 학생이 많다보니 한국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지요. 부모님도 영어가 서툴다보니 그냥 '한국어권'에 안주하면서 그 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지요. 미국을 배우러 온 학생에겐 속상한 상황이지요. 하지만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환경입니다. 중요한건 보호자들이 자녀를 의도적으로라도 미국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여건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앙생활도 한인 커뮤니티에서만 하는 대신 미국 교회나 성당을 찾아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국 친구를 사귀면서 자연스레 문화를 접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도 한국 출신 학생들이 성적은 우수하다고들 하는데요.

"그렇지요.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온 학생들이 겪는 어려운 점은 영어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발표력, 표현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 못한다고 미국으로 보낼 경우 여기선 적응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문 위원은 고교 1학년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왔다. 하버드대에서 동양사를 전공하고 윌리엄 앤 메리대 법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하버드대 입학 사정 면접에도 8년째 참여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동창생을 선발해 일정한 교육을 거친 뒤 해당 지역 출신 입시 지원자에 대한 1차 면접을 맡긴다.

―주로 어떤 점을 따져보나요.

"공부만 한 학생에겐 점수를 잘 안줍니다. 특별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뭔가 한 가지를 깊이 있게 한 학생이 눈에 띕니다. 튀는 학생, 뭔가 다른 학생에게 관심이 가지요. 그런데 한국계 지원자들은 너무 비슷해요. 예를 들어 특별활동 기록은 대부분 교회 청년회 관련 활동이 많고…."

문일룡 위원은 누구?

1957년생. 1974년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 하버드대, 윌리엄&메리대 법학대학원 졸업. 문·박 어소시에이트 로펌 파트너. 1995~99, 2004~현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2006년 호선(互選) 위원장. 고교 교사인 부인과 사이에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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