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말하고 선택할 자유만이라도…”

  • 입력 2007년 11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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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모이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도 달라.”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민주화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왕자오쥔(汪兆鈞) 안후이(安徽) 성 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 절규하듯 외친 말이다.

60년 전 유엔이 채택한 표현, 결사, 집회, 선택의 자유 등 기본 인권조차도 중국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민의 기본권이 없다 보니 주택난 의료난 취업난 등 고질병이 치유될 리 없고 독직과 수뢰,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또 국가지도자 및 정부 관리에 대한 인민의 감시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사회의 각종 난제가 점차 ‘시한폭탄’으로 변해 간다.

왕 상무위원은 후 주석의 집권 2기(2007년 말∼2012년 말)가 끝날 때까지 일부 문제는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당수는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곧바로 터질 폭탄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항상 찬양 일색이다. 매일 오후 7시 중국 전역에 동시 방영되는 ‘신원롄보(新聞聯播)’는 항상 후 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 총리 등 핵심 권력자의 동정을 서열에 따라 순서대로 방송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이를 9명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위한 ‘동정 뉴스’라고 비꼰다. “지도자 구호가 (사람을) 놀라게 하네(領袖口號驚一陣).”

“(그런데도) 언론은 모두 좋다 하네(輿論媒體哄一陣).”

“허둥지둥 한 차례 광풍이 지나가네(手忙脚亂過一陣).”

“여기저기서 잘됐다고 소리치네(表現表現就一陣).”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풍자성 시구다. 인민의 권력 감시가 불가능하다 보니 미사여구로 치장된 구호와 사탕발림 보도, 이어지는 겉치레 행사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평가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인권, 표현 및 집회 결사의 자유, 다당제, 자유 비밀 투표 등은 우리에겐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는 가치들이다. 하지만 이런 가치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가 중국만은 아니다.

중국이 경제성장에 이어 민주적 발전을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유권자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깊이 되새겼으면 좋겠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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