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떡값 시비’ 정치사건化하나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코멘트
삼성그룹이 검찰 주요 간부 40여 명을 특별관리했다는 이른바 ‘삼성 떡값’ 주장의 진실은 무엇인가. 삼성 법무팀장으로 있다가 퇴직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과 삼성 측의 해명 및 반박이 평행선을 달리고 진상은 미궁 속에 있다. 김 변호사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업고 파장을 키워 가고 있고, 삼성 측은 김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사제단 측은 그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를 포함한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 3명의 이름을 거명해 공방에 기름을 끼얹었다.

어제 임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떡값 청문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 사건 관련 문답으로 시종했다. 임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사제단의 주장을 일축했고 다른 2명도 사실무근(事實無根)이라고 했다. 엄밀히 말해 ‘삼성 떡값’은 현재로선 일방적 주장이다. 그러나 범여권 3당은 검찰이 수사도 하기 전에 특검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는가 하면 청와대도 이를 거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건의 핵심과 본질은 외면한 채 정치사건화하는 듯하다. 검찰총장 내정자가 바뀔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 전체의 명예와 위신이 걸린 이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의 부담과 당혹감은 상상할 만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수사할 수 없다”는 소극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스스로 정치권의 특검 주장을 불러들이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김 변호사 개인의 일방적 주장을 섣불리 ‘정의(正義)’의 이름으로 포장해 공개한 사제단의 행보도 납득하기 어렵다. 폭로 효과를 노려 핵심 인물 3명만 거명한 것 역시 성직자답지 못하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시험하기 전에 구체적인 이름과 돈을 받은 시간 장소 등 증거를 제시하고 고발했어야 옳다. 막연하게 “떡값 대상자 명단이 적힌 자료가 삼성의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폭로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삼성 역시 음모론 제기 이상의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김 변호사의 말 바꾸기 행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결백을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대선 정국에 이용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