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덕수 총리, 북핵 외면 ‘경협 환상’에 젖지 말아야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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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총리회담이 오늘 서울에서 시작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개성공단의 3통(통행 통신 통관) 등 10·4 정상선언의 이행 문제를 주로 논의할 예정이다. 임기가 3개월 남은 정부가 가시적 성과에 집착해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합의나 약속을 해서는 곤란하다. 남북 간 현안은 한 차례의 총리회담으로 풀릴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회담의 모멘텀은 살리되 쟁점 사안들은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순리(順理)다.

그럼에도 의제나 대표단 구성을 보면 정부가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안보 현안을 의제에서 제외해 반쪽 회담이 된 것부터 석연치 않다. 대북(對北) 경협만 논의할 경우 일방적인 지원 약속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논의한다면서 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無力化) 주장을 물리칠 군(軍) 당국자는 대표단에서 빼 버린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포함시키려 했으나 북이 반대해 포기했다고 한다. 회담도 하기 전에 북에 밀린 셈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군사 분야는 27일부터 열리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국방장관회담은 총리회담의 하위(下位) 회담이다. 하위 회담을 먼저 열어 상위 회담으로 연결하는 게 상식이다. 더구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려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 군이 관련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경협만 약속했다가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이 딴소리를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으로부터 남북 경협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인 긴장완화 조치를 얻어 내지 못한 채 또 퍼 주기만 하는 회담이 되면 국민은 물론이고 차기 정부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제적 이익만 챙기려는 북의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 북핵 위협은 외면하면서 북과 공동번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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