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미동맹 - 鄭 남북관계 중시…미군철수엔 모두 부정적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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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외교 안보 공약을 분석한 결과 이 후보는 ‘한미 동맹 강화’, 정 후보는 ‘남북 관계 우선’ 어젠다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자문단 11명과 함께 두 후보의 외교 안보 공약 등을 분석해 집권 시 어떤 외교 안보 정책을 펼 것인지 예측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지수(1∼5)가 1에 가까울수록 한미 동맹 강화, 5에 가까울수록 남북 관계 중시에 해당하도록 구성된 8개의 설문에 자문단이 답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이 후보의 전체 평균지수는 1.9, 정 후보는 3.4로 나왔다. 1에 가까울수록 한미동맹 강화, 5에 가까울수록 남북 관계 우선 정책을 펼 것이란 뜻이다. 》

○ 외교 안보 정책의 기본축

대통령 당선 시 5년 동안의 재임 기간 중 외교 안보 정책을 이끌 중심축이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자문단 대부분은 이 후보의 경우 한미 동맹에, 정 후보는 남북 관계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이 후보는 남북 관계 발전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둬 한미 관계를 최우선시할 것이며, 정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발전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동맹이 약화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같은 보수층의 우려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반면, 정 후보는 남북 경제 통합 등 새로운 남북 관계 정립을 통해 평화를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 속에 이 후보는 2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쌀과 비료의 지원을 끊을 것(2.2)으로 분석됐지만, 정 후보는 인도적 지원의 성격이 강한 북한의 필수품 지원을 끊지 않을 것(3.9)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로서의 정책방향은 당선 이후에 달라질 수 있다”며 “이 후보는 한미 동맹 최우선 정책보다는 한미 동맹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되 남북 관계를 병행 추진하고, 정 후보 역시 한미 관계를 남북 관계와 대등하게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작전계획 5029’를 재추진할 것인가

한미연합사가 준비하던 중 ‘주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한 한국의 반대로 중단됐던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인 ‘작계 5029’를 다시 추진할지에 대해 정 후보는 평균 4.2를 얻었다. 이는 8개 항목 중 지수 5에 가장 가까운 것.

결국 민족공조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정 후보로서는 작계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평균 2.5를 얻어 필요시 작계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이 후보의 경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 온 반면, 정 후보는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재직 때부터 작계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할지에 대해 이 후보는 2.1, 정 후보는 3.9를 기록해 상반된 태도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지원의 투명성과 상호주의 기조를 유지해 온 이 후보의 태도를 볼 때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정 후보는 인권 문제가 민족 생존권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보고 있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뒤 인권 문제에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 주한미군 철수에는 두 후보 모두 부정적

북한이 6·25전쟁 종전(終戰)선언을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동조 여부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1.3, 정 후보는 2.3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차가 1밖에 안 났다.

남궁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역시 주한미군의 존재를 비공식적으로 용인한 상황”이라며 “주한미군의 주둔 성격을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바꾸는 논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나설 듯

두 후보 모두 집권할 경우 소원해진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분석됐다. 자문위원들의 평가 결과도 이 후보(1.9)와 정 후보(2.6)의 차가 0.7로 8개 항목 중 최소였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두 후보 모두 과거사에 대한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를 유지하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거리를 두는 ‘등거리 외교’를 펼칠지에 대해서는 이 후보 1.9, 정 후보 3.4로 나타나 정 후보가 집권할 경우 노 대통령이 주창했던 ‘동북아 균형자론’을 계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후보별 외교 안보 공약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외교 안보 공약의 핵심은 ‘한미 동맹 강화’와 ‘선(先) 북핵 폐기를 통한 통일기반 마련’이다.

이 후보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그의 외교 안보 구상인 ‘MB독트린’은 한국 외교의 7대 과제로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통한 대북 개방 정책 추진 △이념이 아닌 국익을 바탕으로 한 실리외교 실천 △한미 동맹 강화 △세계와의 동반 발전을 통한 아시아 외교 확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경제 선진국 진입을 위한 에너지 외교 극대화 △문화 코리아 지향 등을 꼽고 있다.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한미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서로의 이익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한미 간 ‘마스터플랜’을 전략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이를 촉구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12위의 경제력에 맞게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고 국가 간 에너지 협력체계를 강화한 ‘에너지 협력 벨트’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외교 안보 분야에서 ‘한반도 평화’와 ‘미래지향적 한미 동맹’을 강조한다.

정 후보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3통 원칙’과 ‘3대 공약’으로 요약된다. 3통 원칙은 △남남 사회통합 △남북 경제통합 △동북아 미래통합이며, 3대 공약은 △북핵 완전 해결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국가연합 진입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통한 안보 구축은 비핵화 및 북한과 일본, 미국 등 주변국의 관계 개선, 에너지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게 정 후보의 생각이다.

한미 동맹도 이전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동맹이 과거 냉전시대에 대북 억제 기능을 했다면, 이제는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관리자의 역할을 함께하는 미래지향적인 동맹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정 후보는 외교에 있어서도 북한과의 소통을 중요한 축으로 놓고 있다. 평화와 통합을 위해 서울에서 평양, 프랑스 파리를 기차로 잇는다거나 북한을 거쳐 동북아 에너지망을 연결하겠다는 등의 사업 구상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과의 기존 외교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돕고 이를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이인제 대선 후보는 대북 지원을 통해 평화 정착에 힘쓰면서도 튼튼한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외교력과 국방력 키우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한미 군사동맹을 해체하고 남북 모두 20만 명 수준으로 군대를 축소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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