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終戰 선언 엇박자, 송민순 장관 말이 맞다

  • 입력 2007년 10월 24일 2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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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천 대통령안보실장은 어제 한 강연에서 “(10·4) 남북 정상선언문에 담긴 3, 4개국 정상들의 종전선언은 평화협상을 이제 시작하자는 관련국들의 정치적 상징적 선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평화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것과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의 한 부분으로, 종전을 하려면 정치적 군사적 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 장관 말이 맞다.

백 실장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상 개시로, 송 장관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상의 종료로 본 것이다. 외교안보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두 고위 당국자의 생각이 이처럼 다르니 혼란스럽다. 남북관계와 동북아 질서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올 종전선언의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은 마당에 무슨 평화협상을 하고, 관련국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한심하다.

백 실장의 의도는 짐작이 된다. 될수록 빠른 시일 안에 관련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종전과 평화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부터 그런 생각일 것이다.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다 깽판 쳐도 좋다”고 한 대통령이니 자신의 임기 중에 획기적 성과를 만들고도 싶을 터이다.

그러나 송 장관의 말대로 종전선언이 가능하려면 여러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져야 하고, 무엇보다 북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6자회담이 잘 진행되고 있지만 핵 폐기까지는 아득하다. 그것이 진짜 가능할지조차 의문이다. 더구나 미국은 비핵화 후반기 또는 그 후에나 종전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종전선언을 입에 담을 여건도 안 됐거니와 우리가 추진한다고 된다는 보장도 없다.

노 대통령은 10·4 정상선언에 명기된 3자, 4자의 뜻도 잘 모른 채 서명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종전선언을 한다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임기 말 정권이 남북문제의 성과에 집착하면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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