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달 앞 대선, ‘언어의 포장’ 벗기고 본질로 승부해야

  • 입력 2007년 10월 18일 2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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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말 공방이 치열하다. 말은 정치의 1차적 수단이긴 하지만 진실이 아니거나 어느 한 면만을 과장해 후보와 정책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말은 진정한 정책대결을 어렵게 한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권자들이 ‘언어의 장난’에 넘어가지 않는 수밖에 없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해 “20%는 잘살고 80%는 버려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글 자본주의”라고 공격해 왔다. 그러나 이 후보의 어떤 정책이 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 후보는 어제 한 포럼에서도 “금융과 산업의 분리(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면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해) 다시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 자본주의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금산분리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렇다면 이들 전문가도 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정글 자본주의자들’인가. 정 후보의 공격은 전형적인 낙인찍기일 뿐이다. 그가 이번 대선을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의 한판 승부’로 규정지은 것도 같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역시 이 후보의 정책을 ‘특권층만을 위한 가짜 경제’로, 자신의 정책은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성장을 우선시한다고 해서 ‘특권층을 위한 가짜 경제’라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문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성장주의 경제학자들은 모두 특권층을 위한 가짜 경제학자가 되는 셈이다.

이 후보도 실망스럽다. 그는 정 후보의 공격에 대해 논리적 대응에 앞서 “이번 선거는 말 잘하는 세력과 일 잘하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응수했다. 상대를 ‘말 잘하는 세력’이라고 몰아세우기만 해서 끝낼 일은 아니다. 대체 자신이 무슨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가. ‘일 잘하는 세력’의 모습이 ‘대운하 공약 주입식 학습’이나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 후보 역시 구체적 설명없이 말로써 상대 후보를 ‘말뿐인 후보’로 낙인찍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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