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휴대전화 요금이 안내리는 진짜 이유

  • 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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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LG텔레콤이 너무 부럽습니다.”

얼마 전 만난 일본 이동통신 회사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테드 마쓰모토 부사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로 후발 사업자를 보호해 온 한국의 사업 환경이 부럽다는 얘기였죠. 그는 “우리는 정부의 도움 없이 시장을 빼앗아야 하기 때문에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소프트뱅크 모바일은 파격적인 요금제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요금 인하 경쟁에 뛰어든 것은 물론이고요.

하지만 마쓰모토 부사장이 부러워한 LG텔레콤은 정부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요금 인하 경쟁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통신기업들은 사실상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한국 통신시장의 이런 특성은 정책의 보호 아래 3개 기업의 과점(寡占) 체제가 유지돼 온 데서 비롯됩니다. 정부는 통신사업의 인허가권으로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여 시장의 경쟁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를 선정한 이후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3개 사업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00년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IMT2000 사업권은 기존 사업자인 KT, SK, LG그룹이 하나씩 가져갔죠. 2005년 선정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자는 3세대(3G) 이동통신의 경쟁자가 될 수 있었지만 기존 사업자인 KT SK텔레콤이 사업권을 확보했습니다.

기존 기업에 새로운 사업권을 내주는 바람에 적극적인 경쟁은 사라졌습니다.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의 매출을 잠식하는 이른바 ‘캐니벌리제이션(cannibalization) 효과’ 때문에 신기술, 신규 서비스 도입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쟁을 유도하려면 새 기술, 새 사업자가 쉽게 시장에 진입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오히려 휴대전화 망내(網內) 통화료 할인을 허용하며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여 놓았습니다.

시장 경쟁 없이 한정된 기업만을 대상으로 요금 인하를 종용하다 보니 시장을 왜곡하는 무리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휴대전화 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진짜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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