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짜 학위는 대학 스스로 검증해야

  • 입력 2007년 8월 23일 2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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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위 파문에 휩싸였던 동국대와 단국대가 교원 전원을 대상으로 자체 학력(學歷)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동국대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818명에 이르는 교원들의 학력과 경력의 진위를 가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도 학력을 위조한 인사들에게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에 나섰으나 가짜 학위를 법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근 검찰에 여러 건의 학력 위조 제보가 접수됐으나 공소시효 5년을 넘긴 것들이 많아 처벌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세계 각국의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위는 종류가 많고 수준도 천차만별이어서 사법 당국이 전면에 나서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실효성(實效性)이 떨어진다.

가짜 학위 문제는 대학 사회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대학경쟁력이 세계 최고라는 미국에도 돈만 내면 학위를 주는 대학이 적지 않다. 진짜와 구별이 안 되는 러시아 등의 위조 학위증까지 시중에 나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 집단은 대학 말고는 없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학력을 위조한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외국 대학에 학력 조회를 해도 회답이 잘 오지 않는다거나 교수 임용 후보자들이 가짜 서류를 만들어 오면 믿을 수밖에 없다며 핑계 대기에 바빴지만 이런 말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 대학들이 교수 채용 때 하는 방식대로 학위를 수여한 지도교수에게 확인 절차만 거치면 곧바로 가짜 여부가 드러난다.

일부 유명인사들이 명문대에 다녔다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해당 대학들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대학들이 가짜 학력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학교 홍보효과를 의식해 모르는 척 묻어두었다는 의심이 든다.

학생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대학에 가짜 학위가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대학은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부실했던 학위 검증 관행을 반성해야 한다. 대학이 쓸 인재는 대학 스스로 철저히 검증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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