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남북 정상회담 발표 이틀 뒤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통해 UFL 연습을 비난했다. 청와대는 “(연기 또는 축소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바람을 잡더니, 결국 북의 비위 맞추기에 초점을 맞췄다. 임기를 6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대통령의 평양행(行)을 위해 야외 기동훈련을 미루고 ‘컴퓨터 워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 나타날 우리 군(軍)의 정신적 이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렵다.
북은 정상회담 준비 접촉을 13일 개성에서 갖자는 우리 측 제의를 나흘 동안 묵살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북은 기동훈련 연기 사실이 알려진 어제 오전에야 수정 제의를 담은 전화통지문을 보내 왔다. 준비 접촉 전(前)단계부터 남이 북에 기선을 제압당한 꼴이다.
재향군인회 김문기 대변인은 “연례적이고 통상적으로 해 온 한미 군사훈련의 일정을 북한이 반대한다고 해서 변경하는 것은 주권(主權)국가의 체면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라의 체면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양보를 하다 보면 북한의 목소리만 키워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설익은 자주(自主)국방론을 펴면서 국민 부담을 급증시킨 정부가 유독 북에 대해서만은 ‘자주적이지 못한’ 역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UFL 연습은 지난달 북한에도 통보한 훈련이다. 필요하다면 북한 참관단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도 있었다. 북에 질질 끌려 다니는 정부를 보면서 우리 장병들이 유사시 조국과 부모형제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결의를 다질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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