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지명훈]대전경찰청 성급한 개청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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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거라면 이렇게 무모하게 추진했겠습니까.”

개청 한 달을 맞은 대전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6일 이렇게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 한 달 임차료만 6600만 원씩 내며 민간 건물을 빌려 근무하는 상황에 죄책감도 든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국회는 대전 및 광주지방경찰청의 신설안을 통과시켰다.

“치안을 위해서라면 경찰청을 늘리기보다 하나라도 경찰서를 더 늘리는 게 낫다”는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지역민의 숙원이 이뤄졌다며 환영했다. 두 경찰청의 개청으로 경찰은 지난해 말 총경을 전보다 20명 정도 더 승진시킬 수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두 지방경찰청의 ‘개청준비기획단’을 발족한 데 이어 지난달 2일 지방경찰청의 문을 열었다.

광주경찰청은 도청 소재지 이전 등으로 비게 된 전남경찰청 자리로 입주했다.

대전경찰청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새 청사를 짓고 있어 제때 개청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대전 도심의 건물 2개를 빌려 광주경찰청과 개청 시점을 맞췄다.

하지만 개청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도 컸다.

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 이미 5억6000여만 원이 들었다. 예산 부족으로 새 청사 신축이 늦어지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서둘러 문을 연 만큼 치안 능력은 향상됐을까. 경찰의 인력 구조를 따져 보면 그렇게 보기 힘든 상황이다.

분리 이전의 충남경찰청과 현재의 대전 및 충남경찰청을 합한 인력의 현황을 비교해 보면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의 결재권자인 치안감은 1명, 총경은 8명, 경정은 23명이 늘었다. 반면 ‘현장 인력’으로 볼 수 있는 경위 이하는 오히려 줄었다.

대전의 일선 경찰서들도 인력이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신설된 대전경찰청에 필요한 인력을 일선 경찰서마다 10명씩 뽑아 썼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청 개청의 슬로건이던 ‘시민 곁으로 가까이’는 구조적으로 더 어려워진 셈이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대전경찰청 개청은 성급했던 것 같다. 세금이 더 좋은 치안 상황을 만드는 데 쓰이길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경찰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가.

지명훈 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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