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염희진]‘4050’-‘1020’ 록으로 通하다

  • 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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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비트가 심장을 울립니다.”

27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만난 이춘직(50) 씨는 먼발치서 무대를 바라보며 흥얼거렸다. 서울에서 혼자 구경 온 이 씨는 히피문화의 영향을 받아 록을 즐겨 듣던 ‘저항세대’였다. 아직도 당시 록 가수들의 계보를 줄줄 꿰는 그는 “막연히 요즘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때와 다르지 않다”며 흐뭇해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29일 막을 내렸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3일간 4만50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관객 대부분은 10, 20대. 하지만 공연장 곳곳에서 가족단위 관객들과 40, 50대 청중이 눈에 띄었다.

무대에 오른 쟁쟁한 아티스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그룹은 ‘사랑과 평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하는 록 밴드 ‘사랑과 평화’는 젊은 관객들에게 눌리지 않고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리드보컬 이철호(57) 씨는 “객석을 둘러보니 나처럼 40, 50대의 사람들이 눈에 띄어 놀랐다”며 “이제 어엿한 중년이 된 그들이 록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을 지켜본 한 대학생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박명호(23) 씨는 “지난해 광복절 메탈리카 내한 공연 때도 30, 40대 관객이 의외로 많았다”며 “음악을 좋아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그런데도 그분들에게 록은 젊은 시절의 추억 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록이 젊은이들의 음악으로만 생각됐을까. 중장년층이 록을 좋아하면 주책이거나 젊은 시절의 향수에 매달려 사는 것쯤으로 여기니 말이다. 하지만 머리가 희끗한 중년들이 무대와 객석에서 록을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은 ‘나이’가 아닌 ‘정신’의 문제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종 쑥스러워하며 공연을 보던 이은숙(51·여) 씨도 그랬다. 학창시절 록에 미쳤던 이 씨는 요즘엔 인디밴드 음악에 귀가 즐겁다고 말했다. “나 혼자 놀고 싶은데 괜히 엄마랑 와서…”라는 큰딸의 농담 섞인 푸념에도 이 씨는 “젊은이들이 밤새도록 열광하는 걸 보니 삶에 활력이 생긴다”며 웃었다.

‘4050’들은 록을 매개로 ‘1020’들과 통하는 법을 배워 나가고 있었다.

염희진 문화부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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