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F-16의 추락, 공군의 추락

  • 입력 2007년 7월 22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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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KF-16 전투기가 서해에 추락해 산산조각 나고 조종사 2명이 숨졌다. 2월 엔진 정비 불량으로 같은 기종의 공군기가 추락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또 참사가 빚어졌다. 국방력의 핵심 기둥인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이 모양이다. 불안하고 참담하다.

공군은 2월 추락 사고 이후 참모총장이 바뀌며 호된 시련을 겪었다. 신임 김은기 참모총장은 “공군이 중병에 걸려 있어 수술이 필요하다”고 자인하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내부에 잠재된 문제들을 척결해 작지만 효과적이고 강력한 공군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김 총장이 이번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공군 주력기의 잇단 추락은 대한민국 공군의 추락이며 영공 방위 능력의 추락이다. 당장 같은 기종의 비행이 중단돼 훈련과 영공 수호에 차질이 빚어지고 전체 전력 운용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KF-16의 추락이 국가에 끼치는 손실 또한 막대하다. 대당 425억 원이나 하는 비행기 값은 둘째 치고 조종사의 희생은 돈으로 따질 수조차 없다. 숙련된 조종사 한 사람을 양성하는 데 무려 10년이 걸린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이런 피해까지 안기는 공군을 국민은 믿을 수 없다.

이번에 순직한 박인철(공사 52기) 대위의 부친 고 박명렬(공사 26기) 소령 역시 전투기를 몰다 1984년 추락 사고로 산화했다.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은 박 대위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국의 영공을 지키겠다는 꿈을 키워 왔다고 한다. 공군의 부주의와 무사안일이 이들 부자(父子)의 비극을 부른 것 같아 안타깝다.

사고 원인 조사를 공군에만 맡기면 안 된다. 국방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옳다. 잘못이 가려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KF-16의 성능이나 정비능력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솔직히 털어놓고 대책을 구할 일이다. 사고 원인을 축소하거나 감추려 해서는 안 된다. 미봉으로 넘어간다면 더 큰 비극을 막기 어렵다. 국민은 공군 조종사들이 목숨을 내맡긴 채 KF-16에 오르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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