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경민]한국 방위산업, 틈새시장 뚫자

  • 입력 2007년 7월 20일 02시 59분


코멘트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가 세계 100대 방위산업체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79위, 로템을 93위로 선정했다. 총 한 자루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한국의 방위산업체가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자주국방의 염원을 안고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다.

국내에는 약 100개의 방위산업체가 있는데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영세한 기업이 많다. 방위산업을 효율적으로 육성해 자주국방을 이루고 국민 경제를 살찌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국가가 의지를 갖고 방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한 국가의 방위산업을 키우는 정책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돈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육성하지 않으면 방위산업이 발전하기 힘들다. 2년에 한 번꼴로 1조 원에 가까운 잠수함을 건조하는 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은 연간 수주액의 70%가 일본 정부의 주문이다. 국가가 방위산업을 육성한다는 증거다.

중요 무기체계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데 의존해서는 영원히 종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가 안보 위기에 처할 상황을 대비하여 첨단 무기를 언제든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부분적이나마 자주국방이 실현된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 자주국방을 한다고 모든 첨단 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는 없다. 미국처럼 세계적으로 군사 전략을 구사하는 국가는 무기의 자체 수요가 많고 여러 나라에 수출을 할 수 있어 개발비를 회수한다. 한국처럼 세계 전략을 목표로 하지 않는 국가는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하지 않으면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꼴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이 독자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나 한국형 장갑차 K-21은 자주국방에 널리 활용될 뿐만 아니라 성능이 좋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 수출 효자 품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인 T-50 고등훈련기는 개발 당시 1조4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들어간다고 하여 폐기될 뻔했던 방위사업이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수출의 길이 열렸고 첨단 전투기 제조의 기반 기술도 습득하게 됐다.

셋째, 첨단부품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의 첨단 전투기와 경쟁하는 항공기를 제작하는 일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다. 부품 기술의 세계 경쟁력을 키워 짭짤한 소득을 올리는 전략이 중요하다.

일본은 미국의 첨단 전투기 엔진이나 날개 제작에 소요되는 티탄 등의 경금속이나 탄소섬유 수지 기술이 세계 정상급이기 때문에 부품 수출로 돈을 벌어 9개의 방위산업 기업이 세계 100대 방위산업체에 올라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의 모토야마 지카시(元山近思) 상무는 “일본의 방위산업 기업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한 배경에는 정부의 주문이 마치 보증보험처럼 계속 이어져 왔지만 뼈를 깎는 기술 개발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라고 술회한다. 방위산업은 정부의 주문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자칫하면 안주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세계 방위산업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경전투기, 전차, 함정 등의 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생산하여 수출함으로써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또 군사 분야는 물론 민간 분야에도 널리 활용되는 첨단 부품 기술을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민 경제를 살찌우는 상생의 방위산업 정책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