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지호]‘한 방’의 추억…범여권이 웃고있다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코멘트
범여권이 달라졌다. 절망의 늪에 빠져 내년 총선 이후의 생계 걱정을 하던 사람들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돌기 시작했다. 한번 해볼 만한 게임이 되었다는 분위기다. 상황 반전의 계기는 이명박 박근혜 양 진영의 피아 식별조차 곤란한 난타전이다.

인터넷신문 뉴데일리에 의하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만약 (한나라당의) 후보 검증 문제가 여당 대 야당의 구도로 진행됐다면 상대 당에 대한 정치공세로 비치고 이것이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져 흐지부지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바로 이 점이다. 현 집권세력은 지난 대선에서 허위폭로와 흑색선전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당시 여권이 의인으로 치켜세운 김대업 씨는 명예훼손, 무고, 공무원 사칭 등의 범죄를 저지른 악인으로 판명됐다. 설훈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제기한 이회창 후보 및 부인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 또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여권은 공작정치의 화려한 전과(戰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 방’이네 뭐네 하며 다시 작업을 걸자니 전처럼 잘 먹혀들지 확신이 안 선다. 이런 참에 한나라당 빅2가 서로 물고 뜯으며 피투성이가 되어 이전투구를 벌여 주니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허위폭로와 흑색선전에 기초한 공작정치는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적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되었다. 특별한 반전의 계기가 없는 한 공작정치는 올 대선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여권의 재집권이 어렵기 때문이다. 투표행위의 양대 결정 요인이라는 회고적(retrospective) 투표와 전망적(prospective) 투표 모두 여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뿐더러 개혁 대 수구, 평화 대 전쟁이라는 낡은 이분법보다는 선진화라는 비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권은 ‘한 방’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는 허위폭로를 부추기는 현행법상의 허술함이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진영은 선거백서에서 “이회창 후보 일가 군 면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280쪽)고 자백했다.

그런데 3대 정치공작 사건의 형사소송 결과는 김대업 징역 1년 10개월, 설훈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김선용 징역 1년 6개월이 고작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설 전 의원은 2월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사면 복권 명단에 올랐다.

“기양건설로부터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가 10억 원을 받았다는 것 아닙니까?”(2002년 11월 16일 KBS 1TV 연설)라고 했던 노무현 후보를 비롯하여 이회창 후보 자녀의 병역비리 의혹은 허위라는 검찰 발표(2002년 10월 25일)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날까지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정치인은 선거법 250조(허위사실공표죄) 및 251조(후보자비방죄)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이같이 낮은 위험, 높은 수익(low risk, high return) 환경에서 흑색선전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현재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는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데 합치면 65% 정도다. 이 수치는 일견 한나라당에 축복으로 비치나 역설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다. ‘예선의 본선화’로 인한 사생결단식 경쟁과 상호 흠집 내기는 ‘한 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권에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 빅2의 검증 공방으로 인한 여권의 반사이득이 대선정국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 점이 올 대선의 최대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서강대 겸임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