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기관이 하는 大選공약 검증, 中立性 없다

  • 입력 2007년 6월 22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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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연구원이 이명박, 박근혜 씨의 대선 공약인 경부운하 건설과 한중 열차페리 사업을 검증하기 위해 1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열차페리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한다. 건설교통부 주도로 한국수자원공사,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3개 기관이 경부운하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 TF를 만들고 보고서까지 낸 것을 보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의 공약 검증에 정부기관이 총동원된 느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어제 “대선 예비후보들의 공약 중에는 정부 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 자원의 배분과 관련된 문제도 있는 만큼 정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선주자 공약 검증에 나서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 쳐도 신뢰를 받으려면 객관성과 중립성이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기관들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그런 활동을 한다고 누가 믿겠는가. 우선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할 것”이라면서 야당 주자들의 공약을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 ‘명령이니 하라’는 식으로 정부를 몰아치고 있다. 그런 대통령 밑에서 ‘정부 재정과 국가 자원 배분 문제를 걱정해서’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검토한다고 하니, 국민을 너무 어수룩하게 보는 총리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교통연구원 강재홍 원장이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에서 활동한 인물이라는 점만 봐도 객관성 중립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자체 판단으로 TF를 구성했다는 말부터 믿을 수 없다. 대선공약 검토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기관의 대선공약 검증은 자율성을 가장(假裝)한 신종 관권 개입일 뿐이다.

정당 간, 대선주자 간 선의의 정책 경쟁을 유도하고 성숙한 선거문화를 만들려면 정부부터 관권 개입에서 손을 떼야 한다. 선관위와 수사기관도 이 문제에 더 적극적이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칫하면 전례 없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도 지금 같은 수법은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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