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펀드 ‘군살’ 좀 뺍시다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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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펀드 좀 추천해 주세요.”

증권담당 기자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펀드가 수천 개에 이르다 보니, ‘유망 종목을 찍어 달라’는 질문만큼이나 답변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펀드를 고를 때에는 투자 대상, 운용사, 과거 수익률 등을 따져봅니다. 여기에 하나 더해, 담당 펀드매니저가 △몇 개의 펀드를 운용하는지 △가치주펀드 성장주펀드 등 전혀 다른 형식의 펀드를 함께 운용하지는 않는지 △운용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도 꼼꼼히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본보가 최근 보도(13일자 A3면)한 대로 국내 펀드시장 규모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지만 펀드매니저 등 운용전문 인력이 부족해 ‘운용의 질’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형과 혼합형을 합해 펀드매니저 1명이 운용하는 펀드는 평균 10.6개, 금액은 평균 2599억 원에 이릅니다.

실제 펀드매니저들도 운용하는 펀드 수와 규모가 커지면서 적잖이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설정액이 커지면 편입종목을 늘려야 하지만 기업을 분석할 시간이 없다”고 하고, 다른 펀드매니저는 “성격이 다른 펀드를 함께 운용하면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물론 펀드매니저가 부족한 데는 시대적인 요인도 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한 3∼4년간 운용인력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때의 공백으로 현재 ‘허리 역할’을 할 10년 차 안팎의 펀드매니저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또 단기 운용 실적에 따라 운용인력을 자주 바꾸면서 나타나는 펀드매니저의 조로(早老)현상도 운용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간접투자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데다 국민연금 등 대규모 자금의 가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신속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펀드는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펀드매니저 양성과 리서치 및 관리 인력 등을 키우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도 병행돼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고객의 자산을 체계적으로 운용 관리할 수 있고, 그런 운용사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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