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두철미 공산주의자, 안하무인 권호웅

입력 2007-06-01 03:01수정 2009-09-27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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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왼쪽)과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21차 장관급 회담 참석차 서울에 온 북측 대표단장 권호웅(48) 내각책임참사가 경위에 맞지 않는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70, 80대 혁명원로들이 우대받는 북한에서 젊은 나이에 최고위급 남북대화의 수장(首長)이 된 때문인지 철두철미한 사회주의 혁명관을 보여 주고 있다. 대화 상대지만 나이로는 훨씬 연장자인 이재정(63) 통일부 장관을 가르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 장관이 고사를 인용하거나 사자성어를 사용해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말을 하면 냉소를 띠기도 한다.

한 정부 당국자는 “권 단장이 ‘냉전시대의 낡은 틀을 버리자’는 상투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과는 달리 정작 자신은 구태의연한 대결의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언행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뼛속까지 공산주의자?=권 단장은 지난달 30일 행주산성 참관 도중 이 장관이 “권 단장은 권율 장군과 같은 문중이니 감회가 더 깊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우리는 씨족 문벌주의에 반대한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에 성씨의 차별은 없다”고 되받았다.

그는 2월 평양에서 열린 제20차 장관급 회담에서도 이 장관이 ‘김구 선생’ 이야기를 꺼내자 중도좌파인 여운형 선생과 남한의 단독정부에 반대했던 김규식 선생을 거론하며 “외세 배격이 중요하다”고 맞받아친 바 있다.

그는 특히 1998년 민간대표단으로 방북한 지 9년 만에 장관급 회담 남측 수석대표로 방북한 이 장관에게 “상상할 수 없는 도약을 했다”며 기선 제압을 시도한 뒤 회담 역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등 이 장관을 가르치려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생뚱맞은 행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측 실권자들에게 ‘생중계’될 수도 있는 공개된 행사에서 권 단장이 ‘혁명관’을 의심받을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남측에서 책잡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도 역력하다. 공식 만찬에서 한두 잔 마시는 것을 빼고는 숙소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객실에서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일절 답하는 법이 없다.

▽장관급회담 결렬되나?=북한은 31일 남한의 쌀 40만 t 차관 제공 지연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날이 당초 남북이 합의한 차관 제공 시한(5월 하순)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남측은 북한의 6자회담 2·13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쌀 북송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쌀 차관 제공 문제가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다른 회담 의제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거부할 태세여서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한 채 이번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도 최악의 경우 북한 대표단이 공동보도문을 내지 않고 짐을 꾸린다 해도 원칙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태가 긴박해지자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공개리에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 장관이 요청한 이날 면담에는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대통령안보정책비서관이 함께했다. 이들은 전날 심야에 회담장인 그랜드힐튼호텔 12층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던 멤버.

쌀 차관 제공 유보에 강하게 항의한 북측을 무마할 새로운 지침을 받으려고 노 대통령과 면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 단장이 남북정상회담이나 최근 정세와 관련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남북 장성급회담 8일 개최▼

제5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5월 8∼11일)에서 합의된 사안의 이행 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군사실무회담이 8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고 국방부가 31일 밝혔다.

국방부는 “북측이 5월 2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이나 남측 평화의 집에서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5월 24일 제의했고 우리 측은 장관급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6월 8일 평화의 집에서 하자고 수정 제의해 북측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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