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협회, 추한 입법 로비 진상 밝혀야

  • 입력 2007년 4월 24일 2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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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국회의원과 보좌관 및 공무원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언론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장동익 의협 회장은 지난달 31일 시도 대의원대회에서 “모 의원에게 1000만 원을 현찰로 줬다.…국회의원 3명에게 매달 600만 원을 정기적으로 주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술을 먹여서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9명을 완전히 우리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그룹이랄 수 있는 의사들의 공식 행사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장 회장은 어제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녹취록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해명서를 내고 “회장이 무능하다는 의견을 없애기 위해 사실보다 과장되게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의 발언은 34년 만에 전면 바뀌는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나왔다. 의협은 이미 “개정 의료법이 의사의 진료권과 권익을 침해한다”며 두 차례나 집단 휴진을 강행해 법안 내용을 의사들에게 유리하게 상당 부분 수정케 한 바 있다. 의협이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익집단의 대(對)국회 로비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로비는 공청회나 입법청원 등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돈 주고, 향응을 베푸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뇌물공여죄에 해당된다. 장 회장은 “모 의원에게 돈을 준 것은 연말정산 대체법안 제정을 막기 위해 회원들이 모아서 낸 후원금”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인이나 단체가 돈을 모아 개인 명의로 기부하는 것도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의협은 자체 조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로비와 관련해 거론된 정치인들도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제3자에 의한 불법 녹취가 아니라 모임에 공식 초청을 받은 관계자가 직접 녹음함으로써 드러났다. 그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검찰도 수사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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