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애인의 날…장애가 장애 안되는 날을 위해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훈구 기자
이훈구 기자
오늘 장애인의 날… “우리 함께 가요”20일은 장애인의 날. 많은 사람이 기념일이라고 선심 쓰듯 잠시 떠들썩한 행사를 벌인다. 하지만 묵묵히 365일 장애인을 돕는 이도 많다. 자립생활센터 프렌드케어의 자원봉사자 오현주(31) 씨가 19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가파른 계단 길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안준희(30) 씨를 부축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안철민 기자
오늘 장애인의 날… “우리 함께 가요”
20일은 장애인의 날. 많은 사람이 기념일이라고 선심 쓰듯 잠시 떠들썩한 행사를 벌인다. 하지만 묵묵히 365일 장애인을 돕는 이도 많다. 자립생활센터 프렌드케어의 자원봉사자 오현주(31) 씨가 19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가파른 계단 길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안준희(30) 씨를 부축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안철민 기자
소아마비 박멸 앞장 한상태 WHO 서태평양 명예사무처장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서태평양지역에서 ‘소아마비 박멸’을 공식 선언했다. 어린이들에게 평생 장애의 고통을 남기는 천형(天刑)과도 같았던 소아마비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10년간 이 지역에서 소아마비 퇴치 사업에 앞장섰던 한상태(79·사진)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이 퇴임한 이듬해의 일이었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WHO 서태평양지역 명예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만났다.

○ ‘5센트짜리 백신의 기적’, 소아마비 퇴치사업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평범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공직에 투신했다.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보건을 위해 할 일이 더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소아마비로 팔, 다리가 마비되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소아마비는 백신 하나면 예방할 수 있는데, 약이 없어서 아이들이 고통받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1960년대 초반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의 전신)에서 일하며 소아마비 백신 보급 사업을 펼쳤다. 당시 1병에 11센트이던 소아마비 백신을 일본에서 5센트에 대량 구매해 소아마비 퇴치사업을 시작한 것.

39세의 나이로 보사부 보건국장까지 올랐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67년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 고문관을 시작으로 1989년에는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에 당선됐다. 한국인으로 유엔 산하기구의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다.

그는 사무처장으로 취임한 뒤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소아마비, 한센병, 결핵 등의 퇴치에 앞장섰다.

“서태평양 지역에서만 연간 6000∼7000명의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1993년 중국에서 이틀 동안 어린이 8000만 명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했던 사업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 “장애인은 ‘안경 쓴 사람’이나 마찬가지”

그는 후학의 WHO 진출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종욱 WHO 전 사무총장도 그가 사무처장 시절 전염병관리국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그는 소아마비 퇴치와 국제 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여하는 ‘제2회 대한의협 화이자 국제협력특별공로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장애인을 ‘안경 쓴 사람’에 비유했다. 신체의 불편을 딛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가 이들의 삶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이나 도로의 턱을 낮추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정책은 수리적 계산으로 풀어내는 회계가 아니다”며 “국민 보건과 질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거시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