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오렌지 개방으로 감귤농사 연간 수백억 피해

  • 입력 2007년 4월 2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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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 농민들이 10여년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후유증에서 벗어 나자마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직격탄을 맞게 돼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제주의 감귤을 쌀과 동등하게 대우해 보호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던 정부가 결국 '관세철폐'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오렌지 등의 감귤류에 대해 계절관세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합의, 결국 빗장을 풀기로 했다.

오렌지를 국내산 감귤류 유통 기간인 9월부터 2월까지는 현행 50%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되 다른 시기는 계절관세 30%를 7년간 적용한 뒤 철폐하고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미국에 연간 2500t 부여하기로 했다.

따라서 감귤이 지역 농업인의 86%가 재배하고 연간 도내 전체 농산물 생산액의 53%인 6000여억 원대를 차지하는 민감성 때문에 쌀과 다름없는 '생명산업'이라며 양국 협상단에게 FTA 협상 품목에서 제외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해왔던 제주도와 생산자단체 등의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진행된 4¤8차 협상장을 쫓아 다닌 결과 1500여개 품목의 농산물부문 협상에서 오렌지를 쌀, 쇠고기와 함께 최고의 민감품목으로 격상시켰고, 개방 충격을 다소 완화하는 쪽으로 양허안이 결정되지 않았느냐는 해석도 없지는 않다.

제주도는 현재 오렌지(생과) 50%, 만다린 감귤 144%인 수입관세가 5¤20년간 완전 감축될때 감귤 및 연관산업 직접 피해액이 연간 최저 678억원에서 최고 998억 원에 달한다는 제주대 용역단의 분석을 토대로 '감귤 사수'에 사활을 걸고 대정부 로비를 전개했었다.

미국 오렌지에 합의된 계절관세가 적용돼 수입될 경우 연간 총수입이 4500억원대인 노지감귤(10월¤이듬해 2월 출하)은 어느 정도 보호되지만 650억 원대인 시설하우스감귤(4¤9월), 700억 원대의 한라봉 등 만감류(2¤5월) 등은 미국산 수입 오렌지와의 직접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경쟁에 밀린 감귤류가 노지감귤이나 다른 농작물로 재배를 전환하는데 따른 연쇄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태환 제주지사는 "정부와 협상단이 감귤의 지역집중도, 민감성을 고려해 협상품목에서 제외해달라는 도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려 매우 섭섭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유감을 표시하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감귤농협 김기훈 조합장은 "계절관세를 적용하더라도 감귤 집중 출하기인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로 해야 했으며, 계절관세 유예기간도 7년으로 당초 예상보다 대폭 축소됐다"며 "제주감귤이 당분간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는데 더욱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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