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과 거리 먼 그들만의 ‘진보 논쟁’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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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학계에서 시작돼 노무현 대통령까지 끼어든 ‘진보 실패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참여정부 매도에 앞장서는 분’이라고 하자 최 교수는 “청와대가 구체적인 내용과 논거 없이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과 조기숙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논쟁이 좌파 진영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시발점이 됐던 최 교수의 주장은 ‘현 정부가 시행해 온 정책이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 정부가 더 좌파적이고 개혁적인 정책을 펴지 못해 ‘실패한 정권’이 됐다는 얘기다. 좌파 진영에선 “참여정부의 실정(失政) 때문에 좌파가 외면당하고 우파에 정권을 넘겨줄 위기에 놓였다”고 공격한다. 반면에 청와대 측은 “좌파 진영이 ‘교조적 진보’에 빠져 정권을 흔들고 깎아내린다”고 되받는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국민에겐 별 의미가 없다. 현 정부 4년의 실패는 교조적이든, 유연하든 좌파 전체의 공동 책임이다. 현 정권은 외교 경제 부동산 교육 등 정책 전반에서 좌파 노선을 걸어왔다. 정권의 요직은 같은 코드 인맥으로 채워졌다. 좌파 학계는 정부와 노동계 등이 국익에 반하는 정책과 투쟁을 펴도록 부추겼다고 우리는 본다.

날선 공방이 오가는 듯해도 좌파 진영이 노리는 것은 따로 있어 보인다. 국민이 등 돌린 이른바 ‘진보 담론’에 다시 불을 지펴 지지 세력을 재결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반박이 있으면 논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좌파 학계도 “더 세부적인 논쟁이 필요하다”며 논쟁을 이어 가려 한다.

그러나 이 논쟁은 공허한 거대 담론에서 맴돌 뿐이다. 또다시 ‘민주 대 반(反)민주’의 구도를 만들어 대선을 치르자는 좌파 일각의 주장은 시대착오의 극치다. 민의(民意)를 상습적으로 무시해 온 자신들의 비민주적 행태나 반성할 일이다. 민심 이반의 진짜 원인은 시대역행적 좌파논리로 나라를 어지럽힌 데 있다. 이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그들만의 ‘진보 논쟁’이 흥행에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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