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트라이벌리즘

  • 입력 2007년 1월 25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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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부족사회는 특정한 부족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사회였다. 규모도 작고 구조도 간단했다. 그런 부족사회는 거의 사라졌다. 그 대신 현대사회에는 새로운 의미의 부족(Tribe)이 있다. 정체성이나 특정한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집단으로서의 부족이다. 좁게는 특정 회사의 종업원, 특정 학교의 졸업생에서 넓게는 인종이나 민족 및 국민도 현대적인 부족이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新)부족주의인 ‘트라이벌리즘(Tribalism)’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현대의 지도자들은 현대적 부족 사이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 시장과 지역적 안정성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더 잘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다.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그제 개막한 제37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논의하는 다양한 키워드에 트라이벌리즘이 포함된 것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2400여 명의 지구촌 유력자가 참석해 5일 동안 계속되는 이번 포럼은 223회의 워크숍과 토론회 및 오찬만찬을 통해 지구촌 미래를 논의한다.

▷트라이벌리즘 외에도 관심을 끄는 다양한 키워드가 있다. 온라인 사회 네트워크의 부상으로 소비자가 추동하는 ‘웹 2.0’이나 컴퓨터 바이러스또는 악소문이 순식간에 확산되는 정보전염병인 ‘인포데믹스(Infodemics)’,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20, 30대 전문직 독신자들의 경제 ‘싱글 이코노미’, 석유 수출국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뜻하는 ‘석유정치(Petropolitics)’도 ‘권력 이동 방정식’을 주 의제로 열리는 올해 포럼의 인상적인 키워드로 꼽힌다.

▷포럼 참석자 가운데 3분의 1이 기업 회장이나 최고경영자다. 대통령과 총리가 24명, 장관 85명, 국제기구 대표 58명 외에 비정부기구(NGO) 대표 31명, 언론계 리더 270명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재계와 학계 인사들이 참석한다. 국가 장래를 책임지겠다는 대선후보 중에는 관심 있는 사람이 없나 보다. 표에 도움이 안 되는 먼 나라 일일 뿐인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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