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폴리페서(Poli-fessor)

  • 입력 2007년 1월 22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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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도가 있으면 참여하고 도가 없으면 은거해야 한다.”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은 지식인의 현실참여 원칙으로 자주 인용돼 왔다. 조선시대에는 벼슬과 학문이 별개가 아니라는 관념이 지배했다. 학자가 관직에 나가는 것은 당연시됐고 학문이 높을수록 관직도 높았다. 이런 전통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지식인의 정치참여 의식이 매우 높은 편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 캠프마다 이른바 ‘폴리페서’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를 합성한 폴리페서는 정치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기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교수들을 뜻하는 조어(造語)다. 역대 정권은 전문지식을 활용하고 정권의 정통성을 보완하기 위해 교수들을 총리, 장관 등으로 기용하거나 국회로 보냈다. 폴리페서가 되는 동인(動因)은 학문적 신념과 식견을 구현하기 위해, 권력이 좋아서, 교수 세계의 무력감(無力感) 때문에 등등 다양할 것이다. 2002년 대선 때는 정치인과 ‘동업(同業)’하는 폴리페서가 많이 등장했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지식인의 정치참여 유형을 선거캠프 참여형, 싱크탱크 참여형, NGO 참여형, 인식공동체 참여형으로 분류한다. 캠프 참여형은 대선 전략을 만들면서 후보와 동업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에 참여한 폴리페서들은 특히 투기성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쪽박 찰 가능성도 컸지만 결과적으론 대박의 단맛도 진했다. 노 캠프의 비주류 무명 교수들은 그 후 요직을 차지하고, 역시 비주류다운 정책모험에 용감했고 그 폐해가 국민을 힘들게 했다.

▷미국은 대학과 싱크탱크의 지식인들이 정관계에 진출했다 돌아가는 것을 당연시하고 권장하는 나라이다. 전·현직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콘돌리자 라이스와 로버트 라이히 전 노동장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이 대표적인 학자 출신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본업인 연구와 강의를 소홀히 하며 ‘정치 투기(投機)’를 일삼는 교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과 다른 점이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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