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근]한국의 ‘한미동맹 비전’은 뭔가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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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한미관계, 특히 한미동맹 관계가 왜 이렇게 삐걱거릴까? 1월 19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한국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 방미 보고서는 삐걱거리는 한미동맹 관계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의 입을 통해 전달했다. 지난해 말 국가정보원, 국책 연구원 소속 외교안보 전문가, 대학 교수 등 5명이 미국을 방문해 한반도 전문가 24명과 심층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비공개 보고서다.

적극적 변환 vs 방어전략 갈등

동아일보에 단독 보도된 내용만을 본다면 한미동맹이 잘 돌아가지 않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를 이들은 북한과 북핵 문제의 처리에 있어서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과 보조를 잘 맞추지 못한 데서 찾았으며 특히 한국의 유화적인 대북 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의 판단이나 시각이 항상 객관적이고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은 미국의 시각에서 한국 문제의 일부분만을 연구하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이 항상 미국의 전략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한국의 국익과 미국의 국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제 그들의 이념 성향을 넘어서서 한국에 비판적인 시각을 더 광범위하게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즉 한미 간에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는 한미관계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따져 보고, 개선 방안 및 대안을 연구하는 것이 일을 올바르게 진행시키는 방법이다.

필자는 한미동맹 관계에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안보 및 동맹전략 변화에 한국이 스스로의 전략을 갖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냉전 종식과 함께 안보전략과 동맹전략을 냉전기의 방어와 억지에서 위협에 대한 적극적 변환(transformation)으로 확고히 전환시킨 반면, 한국은 아직도 방어와 억지에 초점을 맞추는 냉전형 전략에 머물러 있다. 한쪽은 군사동맹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위협 대상을 바꾸려 하는데, 한쪽은 소극적이고 안정적인 위기관리에 치중하므로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를 따져 보면 결국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변환 전략에 한국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 간에 공통의 위협 인식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넘어서서 위협에 대해 한미동맹이 공통의 미션과 목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북핵, 글로벌 테러 위협 등을 적극적 개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변환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미션과 한반도에서의 방어와 억지에 치중하는 한국의 미션이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는가의 문제다.

세계의 흐름과 보조 맞춘 전략을

이런 의문이 발생하는 이유는 반드시 미국이 옳고 한국이 틀려서가 아니라 미국과 달리 한국은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읽으면서 한미동맹 활용전략을 확고하고 정교하게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앞으로 탈냉전, 세계화의 시대에 한미동맹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다양한 공통의 위협에 대해 변환을 요구하는 적극적 개입인가, 한반도의 전쟁방지뿐인가? 아니면 우리의 세계관과 철학을 반영하는 새로운 목표가 있는가? 북한 문제가 해결된 후 한미동맹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과제는 이런 질문에 답하는 한국의 견해와 전략이 잘 반영된 미래 한미동맹의 공통비전을 마련하는 일이다. 비전이 빨리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권과 상관없이 미국은 미래에도 꾸준히 고압적으로 한국을 비판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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