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통합신당 소극적 행보 ‘정치세력화 실패’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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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16일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고 전 총리가 지난해 5·31지방선거 때 뛰어들었어야 했다. 그것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5·31선거를 계기로 고 전 총리가 정치세력화를 이뤘다면 이날의 허망한 퇴장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당시 선거에선 고 전 총리가 고향인 전북을 중심으로 호남지역 선거에 개입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불개입을 선언했다. 열린우리당이 이 선거에서 유일하게 얻은 광역단체장이 전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만일 고 전 총리가 개입해 더 큰 승리를 거뒀다면 호남이 그의 정치적 텃밭으로 굳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 전 총리는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던 때에도 정치세력화에 큰 뜻을 나타내지 않았다. 여권 지지층에서 ‘무임승차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그가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라는 정치조직을 띄우며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한 것은 지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던 지난해 8월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아직 정치하는 것은 아니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당시 고 전 총리의 자문그룹에서는 “말을 끌고 갈 것이냐, 그냥 탈 것이냐의 문제인데 지금까지 준비된 말을 타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신당을 빨리 창당할 것을 요청했었다.

고 전 총리는 11월이 돼서야 통합신당 추진의 전 단계로 ‘국민통합신당 원탁회의’를 연말에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출범 시기는 올해 3, 4월로 연기됐고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일부 참모들은 민주당과 통합을 하든지 독자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고 전 총리는 “제3정당은 안 된다”, “소(小)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고 전 총리의 측근들은 “여당 의원들이 앞에서는 곧 탈당할 것처럼 하고는 뒤에서는 다른 소리를 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는 고 전 총리가 여권 정치인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그만큼 약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고 전 총리는 또 노무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로 청와대와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 고 전 총리 기용을 ‘실패한 인사’였다고 말하고 이를 고 전 총리가 반박하면서 벌어진 양측의 공방은 결과적으로 고 전 총리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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