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김규한]제2의 남극기지 건설하자

  • 입력 2007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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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남극반도 북쪽, 남셰틀랜드 군도 부근의 디셉션 화산섬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세종기지를 찾았다. 여름철이지만 매섭게 추운 극지환경에서 지질자원조사, 극지생태연구, 해양환경연구, 기상관측에 여념이 없는 연구팀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남극대륙에는 20개 국가 39곳의 상주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남극기지 건설과 남극대륙 탐험 연구에 열띤 경쟁을 하는 중이다. 한국은 1988년 2월 서남극 남셰틀랜드 군도 킹조지 섬 바튼 반도에 세종기지를 준공한 뒤 극지 연구를 시작했다.

남극대륙은 2억 년 전 쥐라기에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호주와 함께 붙어 있던 곤드와나 대륙의 일부였다. 그 후 대륙 이동에 의해 남반구까지 이동했다. 백악기(1억 년∼7000만 년 전)에는 아열대 기후지역으로 침엽수림과 같은 방대한 삼림으로 덮여 있었고 6000만 년 전에는 한국과 같은 온대기후였다. 점차 남쪽으로 이동한 남극대륙은 4000만 년 전부터 거대한 만년설 빙하로 덮이기 시작했다.

연평균 기온이 영하 34도인 남극대륙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낮은 강우량 때문에 지표에는 이끼식물만이 서식하는 혹한지역이다. 중국대륙의 1.4배 크기인 남극대륙은 빙하로 덮인 혹한의 기상과 지형조건 때문에 자원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지만 트랜스앤타크틱 산맥과 프린스 찰스 산맥 지역에 대규모 석탄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극 해저에는 인류가 10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부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이 남극대륙 밑에 매장된 석유, 천연가스, 금속광물자원의 개발 가능성이 미래 인류에게 마지막 꿈을 준다.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지구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금은 개발이 제한되지만 대륙이동에 따른 먼 미래의 지구환경 변화는 지하자원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과거의 지질역사가 말해 준다.

남극대륙 하면 꽁꽁 얼어붙은 불모의 빙상만 연상되지만 지역에 따라서 뜨거운 화산활동도 일어난다. 세종기지 주변은 지질학적으로 남미판과 남극판의 경계여서 지진, 화산활동, 조산운동이 활발하다.

남극점의 경우 3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밤이 계속되며 9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는 낮이 계속돼 서식하는 동식물이 제한된다. 빙하의 바닷물 속에는 고래류와 해표류가, 육상에는 펭귄류를 포함한 50여 종의 새가 산다. 여름철인 지금 세종기지 주변에는 지의류, 선태류, 조류 등의 이끼식물이 암석표면과 지표면에 드물게 덮여 있다. 이끼식물이 극저온과 특수한 일조환경에서 광합성을 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지면 극지환경과 유사한 화성 등 우주에서의 생물번식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극세종기지는 극지연구뿐만 아니라 미래 과학도의 상상력을 키우는 훈련장으로서 한국인의 긍지와 자긍심을 보여 준다. 미래 인류가 활용할 육상 및 해양 자원의 마지막 보고이자 지구환경보호와 극지환경의 실험장으로서, 더 나아가 우주개발을 위한 기초 실험 연구의 장으로서 세종기지의 미래는 밝다.

세종기지 주변에서 3500여 마리나 서식하는 천혜의 펭귄마을, 빙하절벽, 디셉션 화구호의 수려한 칼데라 호 지형과 온천은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부가가치가 높다. 머나먼 남극대륙 세종기지에 첫발을 디뎠을 때 지구상의 또 하나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왔다는 감격을 누구나 맛보게 된다. 동토의 남극대륙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땅이다. 후손에게 남겨 줄 국가유산으로 남극대륙 본토에 제2의 세종기지를 건설하면 어떨까.

김규한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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