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통신委 악법’ 이번엔 與野 함께 물리쳐야

  • 입력 2007년 1월 4일 0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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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전원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법안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위원 5명 중 원장 부원장 등 3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임위원 2명은 각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이다. 국회 추천 몫도 없애 버린 대통령 독점 구조다.

말인즉 ‘각계 대표 단체’라지만 정권과 ‘초록 동색’으로 위헌적 신문법 만들기에 앞장섰던 홍위병 같은 단체들이 ‘각계 대표’의 탈을 쓰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제쳐 두고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시민단체를 앞세워 방송통신을 손아귀에 쥐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들은 KBS MBC EBS의 사장, 이사, 감사에 대한 추천·선임·임명권을 가지므로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들을 통해 전 방송을 장악하게 되는 구도다.

정부는 한 달 전 입법예고 후 “방송통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여론이 높자 일부 방송통신위원을 국회 추천 몫으로 돌리는 듯하더니 ‘시민단체’를 끌어들이는 쪽으로 선회했다. 올해 대통령선거에 방송통신을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 무리한 법률을 강행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비판신문을 압박하기 위해 만든 신문법은 핵심 조항 위헌판결이 나온 지 반년이 흐른 지금도 폐기 또는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까지 대통령 품 속의 행정기구로 설치하면 언론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그야말로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언론자유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위원 구성에 대해 정치적 의구심이 제기된다면 다음 정부에서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정부에서 해도 된다’는 위원 구성을 위해 무리한 법률을 만들 이유가 더더욱 없다.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까지 문제가 있다고 하는 법안을 정부가 밀어붙이다 보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처럼 정치적 분란만 키우기 쉽다.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 손을 떠난 만큼 이제는 여야가 국회에서 깊이 있게 논의해 독소조항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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