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성천]愛호박? 두렵君?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선시대에 유교 경전 간행을 맡은 관리는 글자 한 자라도 오자(誤字)를 내면 엄하게 문초를 당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글자의 사용에 대해 심혈을 기울였음을 보여 준다.

최근 들어 기업체나 국가기관의 입사 승진시험에 한자를 중요하게 반영하자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한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한자를 잘못 사용하거나 순 우리말에도 한자를 쓰는 등 오남용이 심해 유감스럽다.

거리 간판에 원조(元祖)를 원조(元組)로 쓰는가 하면 교육기관의 문서에도 봉사(奉仕)를 봉사(奉事)로 잘못 쓰기도 한다. 각 기업의 광고나 각종 언론매체 등에서는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한자를 기교적으로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상품 선전 광고판에 애호박을 ‘愛호박’으로 쓰거나 ‘야한 여름나기’를 ‘夜한 여름나기’로 엉뚱한 한자를 끌어다 썼다. 모 제약회사에서는 지하철 제품 광고 선전 문구에 ‘역시나’를 ‘力시나’로 기교를 부렸다.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한자의 오남용 사례도 적지 않다. 기사 제목에 두렵군을 ‘두렵君’, 멋지군을 ‘멋지君’ 등으로 바꾸고, 올여름 월드컵경기 때는 TV에서 ‘월드컵愛 빠지다’로 하여 눈길을 끌려 했다.

기발한 발상이 대중의 주의를 끌고 광고 효과를 높일지는 모르지만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직 한자에 미숙한 청소년들은 ‘야한 여름나기’의 ‘야’가 정말로 ‘夜’인 것으로 잘못 알 수도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의 영향으로 일부 학생이 정말로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눈에 띄는 대형 광고판이나 TV 신문 등 언론매체 등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대중의 눈길을 끌겠다고 기교를 부려 한자를 잘못 또는 엉뚱하게 사용하면 특히 청소년들을 오도하기 쉽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조성천 을지대 교수·중국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