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기업 사회봉사, 선행과 오만 사이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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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사회봉사 활동을 총괄하는 ‘삼성사회봉사단’은 올해 한 시민단체와 함께 지방 봉사단체에 총 24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9월 중순 무산돼 버렸습니다. 당시 그 이유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취재결과 삼성봉사단 M 전무의 ‘무리한 요청’이 불씨가 된 것이었습니다.

시민단체 Y 기획실장의 말은 이렇습니다. “M 전무가 ‘삼성 사업장이 있는 곳에 재단을 만들고 삼성 간부를 운영위원으로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래서 ‘지역 단체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니 외부 간섭을 배제하자’고 했더니 M 전무가 기자회견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일정을 취소해 버렸다.”

이에 대해 M 전무는 “시민단체 측 준비가 미흡해 사업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기자회견이 취소된 뒤 이 사업은 유야무야됐습니다.

비슷한 일은 4월에도 있었습니다. 불우 어린이 지원 사업의 운영 주체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M 전무가 전혀 경험이 없는 단체를 사업자로 밀어붙인 것이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J 자문위원은 “대다수 위원이 반대하자 M 전무가 ‘기부자가 그런 것 하나 마음대로 못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며 “사회봉사일을 하는 분이 어쩌면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지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M 전무는 지난 10년간 삼성그룹의 사회봉사 업무를 맡아 온 베테랑입니다. 삼성이 매년 수백억 원씩을 사회봉사계에 지원하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물론 기부자가 자금 집행의 투명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위를 믿고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자 그에 대한 비판도 자주 들려옵니다.

삼성그룹은 매년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사회봉사 사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소외된 계층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진심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삼성의 사회봉사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데는 ‘2% 부족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습니다. 삼성도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하고 있지만 쉽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M 전무 같은 일부 임직원의 ‘오만한 행태’가 삼성의 사회 공헌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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