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다시 보자! 약 이름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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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명수…펜잘… 이름만 듣고도 아! 그 약 하시죠?

이름 속엔 ‘이야기’가 있고 그 시대가 담겨 있습니다. 2007년 제약업계는 자유무역협정과 포지티브 리스트란 이름의 파고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에 맞서기 위해 또 다른 이름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전쟁. 브랜드가 칼이고 총입니다. 세계인들의 약장을 채우는 한국의 명약, 기대해 봅니다.》

보령제약이 최근 재미있는 이름의 약을 내놨습니다. 프랑스 만화주인공의 이름을 딴 혈전예방제 ‘아스트릭스’입니다. 물약을 마시면 무적(無敵)의 용사가 되는 주인공처럼 이 약을 먹고 건강을 되찾으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동아제약 발기부전제 ‘자이데나’도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라틴어로 ‘연인의’라는 뜻의 ‘Zygius’와 ‘해결사’라는 뜻의 ‘Denodo’를 합쳐 ‘연인의 해결사’라는 의미를 담았죠.

제약 업계에서 약 이름을 근사하게 짓는 ‘브랜드 네이밍’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업종에서 ‘선진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것이죠.

1970년대까지 제약업계의 ‘1세대 의약품’들은 세 글자의 한자 이름이 대부분입니다.

동화약품 활명수(活命水), 조선무약 청심원(淸心元), 동성제약 정로환(正露丸) 등이죠. 정로환은 러-일전쟁 당시 병사들이 이 약 덕분에 설사병을 이겨 내면서 ‘러시아(露)를 물리치는(征) 데 공을 세웠다’는 뜻으로 일본에서 유래됐습니다. 한국에서는 한자를 바꿔 시장에 내놨죠.

1980, 90년대에는 영어 이름 시대였습니다. 종근당 펜잘은 ‘고통(Pain)을 잘 이기자’는 뜻이고 동국제약 오라메디는 ‘구강(Oral) 의약품(Medical)’의 앞 글자를 땄죠. 이후 영어 성분명에서 따온 이름이 일반화됐죠. ‘니코’가 들어가는 금연보조제(니코틴 성분 함유)가 대표적입니다.

최근 들어 브랜드이미지(BI) 통합과 브랜드 네이밍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진약품이 항산화성분인 ‘코엔자임큐텐’을 ‘Q10’ 브랜드로 만들어 영양제 드링크 화장품 등을 내놨고, 중외제약은 콘택트렌즈 관리용품 통합브랜드인 ‘프렌즈’를 내놨습니다.

제약업계가 브랜드를 챙기기 시작한 것은 마케팅 파워로 무장한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아스트릭스나 자이데나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고, 중외제약의 프렌즈도 경쟁사 바슈롬의 브랜드 파워를 의식한 것입니다.

제약사들이 음료나 건강식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늘리면서 소비재 마케팅에 눈을 뜨게 된 것도 계기가 됐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 등으로 ‘내우외환’에 놓인 제약업계가 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열기를 기대해 봅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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