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과 코드의 갈등 속에서 저무는 또 한 해

  • 입력 2006년 12월 14일 2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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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혁입법’이라며 개정을 강행했던 사립학교법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첫 공개변론이 어제 열렸다. 청구인 측 대리인 이석연 변호사는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국공립화를 초래해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토대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특정 정파의 지향성을 달성할 방편으로 사학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정 사학법은 ‘당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가 담겼다는 이유로 반점 반획도 고칠 수 없다던 열린우리당이 재개정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위헌 소지가 짙다. 그러나 재개정안 역시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사학을 설립자로부터 ‘빼앗을 수도 있게 하는’ 독소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다.

현 정권은 자신들의 이념 코드를 관철하고 이른바 ‘국가 주도세력’을 교체하기 위해 헌법 적합성 여부를 중시하지 않은 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남발해 왔다. 이 정권 들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 심판으로 유난히 바쁜 것도 이 때문이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위헌 결정을 받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은 위헌심판 청구 각하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부동산 투기 바람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재건축아파트에 일정 비율의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도록 하는 등 투기를 잡겠다며 쏟아 낸 부동산 관련 입법 역시 줄줄이 위헌 심판대에 올라 있다. 신문법은 1년 반 가까이 헌재에서 질질 끌다가 6월 핵심 조항 위헌으로 결정이 났다.

여당이 위헌 소지가 농후한 신문법을 만들 때 협조했던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에서도 개방형 이사 추천 범위를 넓힌다는 명목으로 타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헌재가 개정 사학법에 대한 위헌 여부 결정을 1년 가까이 미룬 것이나 한나라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들에게 과연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를 묻게 한다. 윤영철 전 헌재 소장은 9월 퇴임하면서 “헌재는 정치적 중립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헌법과 코드의 갈등 속에서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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