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찔끔찔끔 공장허가’를 즐기는 동안에

  • 입력 2006년 12월 8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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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가 LG전자 팬택 등에 수도권 공장 증설을 허용하면서도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에 대해서는 또 결정을 미뤘다. ‘청주행(行) 유도’라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청주로 가면 공장 짓는 데 3년이 더 걸린다. 이렇게 증설이 늦어지면 시장 흐름에 맞춰야 하는 반도체 생산의 적기(適期)를 놓치기 쉽다.

경기도는 하이닉스 외에 KCC 등 4개사에 대해서도 수도권 규제를 풀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번에 풀린 4개 공장의 투자예정액은 3500억 원으로 하이닉스(13조 원) 한 곳의 3%도 안 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현 정부가 수도권에 허용한 공장 증설은 재작년의 삼성전자 쌍용자동차, 작년 LG전자 대덕전자 등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정부는 ‘찔끔찔끔 허가’를 즐기는지 몰라도, 그 사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식어 가고 있다.

수도권 첨단 공장 증설 억제 정책 다음으로 기업 투자를 방해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다. 공정위가 동양제철화학의 CCK 인수와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인수에 대해 독과점으로 판정하자 해당 기업들이 소송을 냈다. 투자 부진으로 저성장이 굳어지는 추세이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浮動)자금은 전국 곳곳의 집과 땅을 들쑤시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따른 경제불안과 민생혼란에는 아랑곳없이 기업통제에만 핏발이 선 ‘외눈의 탈레반’ 같다.

고(高)유가, 세계경제 성장 둔화, 대통령 선거, 북핵 등 경제 복병(伏兵)이 즐비하다. 원-달러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주가도 휘청거린다. 이럴 때 경제와 민생에 생명수(生命水)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한사코 밀어내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입지 여건이 좋은 수도권에 투자를 못 하게 하면 지방이 아니라 해외로 나가 버린다. 외자도 한국을 외면하면서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정부 산하의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규제를 친(親)시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라도 현실성 없는 ‘균형 발전 코드’에 따른 수도권 규제를 털어 내고 하루라도 빨리 대규모 투자를 촉진해야 경제가 살고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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