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원상]드라마인지 CF인지… 너무한다 했더니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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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재미있게 보인다.” “재미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해서 운동이 돼?”

승마식 운동기구를 탄 남자는 보란 듯이 속도를 높이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댄다. 여동생에게 “너도 운동 좀 해”라며 권하기까지 한다.

TV 홈쇼핑 광고가 아니다. 7월 끝난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는 극중에서 이 운동기구를 타는 장면을 5회나 방영하다 방송위원회에서 중징계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지상파 방송사 PD 등 10명이 간접광고(PPL)의 대가로 금품을 받아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됐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방송가의 고질이던 PPL을 둘러싼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2004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방송위가 집계한 지상파 TV 등의 PPL 사례는 79건에 이르렀다. 특히 올해에만 42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 중에서는 KBS2 ‘소문난 칠공주’에서 협찬사의 마루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보여 줬다가 ‘권고’ 조치를 받았고, 중징계를 받은 MBC ‘있을 때 잘해’는 출연자의 직장인 홈쇼핑 업체의 녹화 현장을 보여 줘 광고 화면과 헛갈릴 지경이었다.

이 밖에 “(실리콘 부항기를 보고) 거 참! 신기하네”라는 등 대사로 상품을 홍보하는 사례가 61건, 화장품 회사 직원 등 주인공 직업과 연결해 상품을 화면에 노출시킨 사례가 18건이나 됐다. 11건이 중징계를 받았고 이 중에는 새로 나온 소주를 여과 없이 소개한 SBS ‘8 뉴스’도 포함됐다.

이처럼 방송위 징계가 되풀이되는데도 PPL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PD들은 “제작비 부족”을 탓한다. 그러나 시청자의 눈길은 따갑기만 하다.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는 “누가 그렇게 연기자 출연료를 높이라고 했느냐” “드라마가 아닌 1시간 길이의 복합 CF” 등 방송사들의 책임 회피와 ‘광고성 드라마’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방송의 ‘기이한 광고’는 프로그램과 광고의 영역을 오가는 정체불명의 PPL뿐만이 아니다. 여러 형태의 협찬도 제작 현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제작비 타령만 한다면 PPL과 얽힌 ‘사건’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오늘, TV는 돈에 점령당했다.

남원상 문화부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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