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태욱]‘IT강국’ 교육 없인 무너진다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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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경쟁력은 5월 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에서는 지난해보다 9단계 하락한 38위, 9월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서는 5단계 하락한 24위로 나타나는 등 하향 추세이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여전히 10위권 내외의 최상위 그룹이다.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역점을 둬야 할 분야는 정보기술(IT) 분야의 핵심 인력 양성이다. 한국의 IT 산업 경쟁력은 고무적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디지털기회지수 1위, IMD의 기술 인프라 부문 2위, 유엔의 전자정부지수 5위로 평가됐다. IT 산업 수출액은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 1000억 달러를 넘었고 전체 수출액의 36%를 차지했다.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해결할 문제가 있다. IT 분야 핵심인력 양성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산업 체질 개선이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IT 산업 생산액은 1999년보다 98% 늘었으나 종사 인력은 28.5% 증가에 그쳤다. 2005년도 IT 생산액 중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8.8%에 불과하고 종사 인력도 IT 산업 인력의 7.8%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학 및 고등교육 중심의 IT 분야 핵심인력 양성 정책을 제시했지만 근본적인 방안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대학에서 IT 관련 학과의 붕괴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방의 일부 대학은 신입생 미달 사태가 속출하자 학과를 폐지했다. 2006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문대 이상 공학계열 학생 수는 계속 증가하다가 2002년부터 감소해 지난해에는 1999년보다 2.6% 줄었다.

근본 원인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성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초중등학교의 IT 관련 교육은 부실하다. 초등학교에는 IT 관련 정규교과가 없고 유사 교과에서 6년간 24시간을 배우도록 할 뿐이다. 중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선택과목이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이 아니어서 선택률이 낮다. 실업계 고교 학생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IT 산업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려면 대학 등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관련 학과를 통한 안정적인 학생 수급과 수준 높은 전문 교육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IT 교육도 소프트웨어 활용 위주에서 벗어나 창의력 향상을 위한 기초 원리 교육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인도, 이스라엘, 아이슬란드는 초중등학교에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보 격차의 심화와 정보화 역기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도 중요하다.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교육을 통해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올바른 사이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홍보 및 사이버 윤리교육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IT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위기를 맞고 있다. 풍부한 노동력에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의 추격,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일본과 유럽의 반격에 직면해 있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은 물론 일반 국민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교육이 IT 강국으로 살아남을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정보 교육국민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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