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찬식]‘닮은꼴’ 부동산과 교육정책

  • 입력 2006년 11월 21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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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의 부동산정책은 교육정책과 많이 닮았다. ‘지금 집을 사면 낭패 본다’고 청와대에서 아무리 외쳐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앞으론 내신성적만 잘 받으면 대학 간다고 교육 당국이 누누이 설명해도 학부모들은 들은 척 만 척이다.

내신 불리한 걸 뻔히 알면서도 특목고엔 지원자가 몰린다. 논술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채점 교수들까지 나서 귀띔을 해 줘도 논술학원은 문전성시다. 부동산과 교육정책은 대표적인 불신 품목이다.

국민 수준 무시한 정권의 패착

정부의 패착은 국민 수준을 얕잡아 본 데서 시작됐다. 새 아파트 집들이에 가 보면 요즘 아파트 참 잘 짓는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단지 안에 연못과 분수도 멋들어지게 꾸며 놓고 헬스클럽과 사우나까지 갖춰 놓았다. 남이 나보다 잘살면 못 참는 게 한국인이다. 좋은 집, 넓은 집에 살고픈 욕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급보다는 ‘세금 폭탄’과 재건축 억제 같은 규제 일변도로 부동산정책을 폈다. 살던 집에서 계속 살라는 강요나 다름없었다. 누구의 말을 뒤집으면 ‘국민은 21세기에 와 있는데 정권은 독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격이다. 이러니 주거 여건 좋은 동네의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다른 지역도 집값이 폭등한다.

수준 높은 교육을 바라는 욕구는 한두 자녀뿐인 가정에서 내 자식 잘 키우겠다는 이기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젊은 세대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다.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받았느냐에 따라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운명이 좌우되게 되어 있다. 이 땅의 부모들이 벌써 눈치 채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국민과 시대정신은 수준 높은 교육에 목말라하는데 정권은 평등교육의 허상에 매달려 자립형사립고, 특목고, 국제중까지 거의 모든 숨통을 막아 놓고 있다. 교육 수준은 계속 뒷걸음질치고 기존의 ‘좁은 문’을 통과하려는 생존경쟁만 불꽃이 튄다.

또 다른 ‘닮은꼴’은 정책 실패의 결과로 나타난 수도권 집중이다.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면서 2010년까지 4년 동안 수도권에 164만 채의 주택을 새로 짓겠다는 것이 11·15부동산대책이다. 한 집에 3명씩 거주한다고 계산하면 492만 명이 살 공간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공급 확대의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을 많이 지으면 그 집을 채우는 것은 수도권 거주자만이 아니다. 강남 같은 곳에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용의주도하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을 무능한 대처로 더 큰 집중을 부를 판이다. 정부가 신줏단지 모시듯 해 온 균형발전의 구호는 어디로 사라졌나.

교육의 수도권 집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서울의 논술학원에 모여들고 있는 전국의 학생들을 통해 다시 확인된다. 교육도시로 이름난 지방 대도시의 학부모까지도 서울과의 교육격차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한다. 통제 일변도의 교육정책이 교육 여건이 나은 서울 집중을 부채질하고 있다.

사회 조각조각 낸 罪크다

두 정책은 서민을 최대 피해자로 만든 점에서도 흡사하다. 내 집 마련이 멀어진 서민들을 정부는 무슨 말로 달랠 것인가. 386 정치인들은 평준화제도가 서민에게 유리하다고 꼬드겨 왔지만 이 정부의 교육정책 아래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과연 행복해졌는가.

알뜰히 저축해 집을 넓혀 가는 것이 모두의 축하를 받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괴리감만 커지고 두 집단 사이엔 냉랭함이 감돈다. 명문대 합격에 다들 박수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한 환경을 이겨 낸 학생들은 더 그랬다. 그러나 요즘 명문대 합격생들은 사교육을 통해 돈을 주고 합격을 샀다는 눈총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를 이렇게 조각내 놓은 정권의 죄가 크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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