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막의 기적’ 보며 탄식한 ‘한강의 기적’ 주역들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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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을 위해 뛰었던 왕년의 경제장관들이 세계의 물류·금융 허브로 도약 중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둘러보고 ‘탈(脫)이데올로기의 리더십 없이 한국의 동북아 허브 구상은 한낱 꿈’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한강의 기적’ 주역들에 포함되는 이들이 ‘사막의 기적’을 보고 탄식하는 상황이다.

전직 경제 관료와 경제학자 모임인 ‘국제비즈니스센터(IBC)포럼’의 두바이 세미나에서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은 현 정부의 이념 지향적 정책과 과잉 규제로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지에서 주상복합건물을 분양 중인 한국 기업인은 “토지 매입에서 분양까지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만 수년이 걸리는 ‘규제의 나라’ 한국에선 놀라워하고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두바이도 과거엔 외국인과 외국자본에 배타적이었다. 그러다가 미래를 내다본 셰이흐 모하메드 국왕은 1985년 과실 송금이 자유롭고 세금도 없는 자유지역을 지정해 현재 120여 개국 5400여 기업을 모아들였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 테마파크, 인공섬, 무관세 쇼핑몰 등이 2010년이면 한 해 15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전망이라고 한다.

모하메드 국왕은 ‘석유 없이도 먹고살 수 있는 경제를 2011년까지 만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슬람 국가인데도 종교를 자유화하고 술 규제까지 풀었다. 외국기업의 요청에 관리들은 예전엔 ‘인샬라(신의 뜻이라면)’ ‘노(No)’라고 대답했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오늘의 두바이를 창출한 모하메드 국왕의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은 한국 경제에 가장 부족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늘 “경제는 말(馬), 정치는 마차다. 말은 마차를 끌지만 마차는 말을 끌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규제 철폐에 결단력을 발휘했다. 반면 한국에선 마차가 말을 끌겠다는 억지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정말 필요한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큰 정부, 자유 없는 자유무역지대, 반(反)기업 정서, 규제가 있을 뿐이다. ‘한강의 기적’ 주역들도, 국민도 속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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