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병길 소방장 영전에 고개 숙인다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2시 57분


코멘트
그제 밤 부산시내 주택가 가스 폭발 현장에서 주민 2명을 구하고 숨진 서병길 소방장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영혼을 남기고 갔다. 나의 삶, 나의 가족만을 챙기고 남의 불행과 고통에 쉽게 눈감는 이기적(利己的) 세태에서 그는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든 의인(義人)이었다.

그는 정년퇴임을 불과 한 달여 남겨 두고 있었다. 부산 침례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서 동료들은 “굳이 위험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아도 됐는데…”라며 애통해 했다. 유족은 “30여 년간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쉬는 날을 보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그는 늘 앞장서서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이날도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며 혼자서 현장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고 말았다.

그는 생전에 1만9500여 차례 화재 현장에 출동해 1050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이날 2명을 더 구해 이 수는 1052명으로 늘어났다. 구급대원으로 모두 2100명의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했다. 소방관으로서 33년간 한 길을 걸은 것만 해도 자랑스러운 일일진대 그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까지 바쳤다.

그의 고귀한 죽음은 이 세상에 큰 울림을 주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삶이며, 제복을 입은 공직자의 바른 자세인가를 가르쳐 준다. ‘서병길’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 석 자를 길이 우리의 가슴에 새겨야 한다. 그의 희생은 두고두고 기억되고 얘기되어야 한다.

미국 뉴욕의 9·11테러 당시 순직한 342명의 소방관과 서해교전으로 희생된 우리 해군 장병 6명에 대한 예우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 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의 긴급구조 활동을 격려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의식한 듯 순직 해군 장병들에 대한 예우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서 소방장의 정신을 우리 사회에서 사표(師表)로 높이 세워야 한다. 그의 명예로운 죽음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삼가 애도와 경의를 표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