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년퇴임을 불과 한 달여 남겨 두고 있었다. 부산 침례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서 동료들은 “굳이 위험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아도 됐는데…”라며 애통해 했다. 유족은 “30여 년간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쉬는 날을 보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그는 늘 앞장서서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이날도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며 혼자서 현장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고 말았다.
그는 생전에 1만9500여 차례 화재 현장에 출동해 1050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이날 2명을 더 구해 이 수는 1052명으로 늘어났다. 구급대원으로 모두 2100명의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했다. 소방관으로서 33년간 한 길을 걸은 것만 해도 자랑스러운 일일진대 그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까지 바쳤다.
그의 고귀한 죽음은 이 세상에 큰 울림을 주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삶이며, 제복을 입은 공직자의 바른 자세인가를 가르쳐 준다. ‘서병길’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 석 자를 길이 우리의 가슴에 새겨야 한다. 그의 희생은 두고두고 기억되고 얘기되어야 한다.
미국 뉴욕의 9·11테러 당시 순직한 342명의 소방관과 서해교전으로 희생된 우리 해군 장병 6명에 대한 예우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 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의 긴급구조 활동을 격려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의식한 듯 순직 해군 장병들에 대한 예우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서 소방장의 정신을 우리 사회에서 사표(師表)로 높이 세워야 한다. 그의 명예로운 죽음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삼가 애도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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